대학로에 치킨점 연 용정식씨…체인화로 시간·경비 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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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근 수년동안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사업중 하나가 통닭 체인점일게다.

입지조건에 별 제한이 없고, 큰 자본이나 기술 없어도 가능하다는 점, 또 본사에서 닭고기등 모든 재료를 공급해주므로 업주는 이를 간단히 튀겨서 생맥주등과 함께 내놓기만 하면 되는 손쉬운 '동네장사' 의 성격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때문에 통닭체인점은 '가장 많이 사라지는 업종' 이 되기도 한다.

장기적인 관리보다 최초 가맹비와 시설비만을 노려 부실한 운영을 해온 일부 체인 본사들의 잘못도 있었다.

서울 대학로 방송통신대 정문앞에 TFC 둘둘치킨을 운영하는 용정식 (龍定植.35) 씨는 통닭체인점 사업도 잘만 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龍씨는 이 체인에 가입한 것은 올 7월. 그 전에도 같은 자리에서 7년째 10평규모의 독자적인 소형 통닭집을 운영해왔지만 매장이 너무 좁아 사업확장을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마침 건물주가 낡은 목조건물을 개축하면서 저의 매장이 18평 (2층공간 포함하면 23평) 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기회비용과 효율성등을 꼼꼼히 따져본 결과 체인점에 가입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장이 커지면 그만큼 시간과 인력이 달리는데, 시장에 가서 닭과 양념재료 등을 직접 떼다가 조리해서 파는 기존 방식으로는 아무래도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닭고기 체인점의 대량구매.공급체제가 확대되면서 체인점에서 공급받는 재료 가격이 시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게 된 것도 이유였다.

"체인을 고를 때 금액보다 맛을 우선 챙겼습니다.

같은 맛도 세대.직업.계층별로 각각 다르게 느끼게 마련이죠. 저의 주요 고객인 방송통신대 학생들이 대부분 직장인들이고 인근에 서울대병원.한국통신등 주요 회사들이 많아 샐러리맨의 입맛에 신경을 썼죠. " 龍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시중에 나오는 여러 체인점의 닭고기들을 사다가 자신의 매장에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구멍가게 답지않은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 를 벌였고 이를 통해 마침내 TFC를 선택하게 됐다.

가맹비와 물품보증금.건물보증금차액등 총 7천만원이 추가로 투자됐다.

투자비용은 평소 저축에다 집을 담보로 보험회사에서 5천만원을 대출받고, 설비비를 체인본사에 요청해 4회로 분할납입하는 방법으로 충당했다.

이 과정에서 '보다 멋있게 보이는 외국브랜드 체인이 어떻겠느냐' , '실내장식을 보다 세련되게 하고 조명도 밝게 하라' 는 등의 조언도 있었지만 독자적인 판단에 따랐다.

'손님이 줄서서 기다리는 명물 식당도 초현대식으로 바꾸면 손님들이 도망간다' 는 말처럼, 세련된 것이 능사는 아니며 다소 값싸게 보이면서 수더분하고 편안한 인상을 주는 것이 이 지역 상권 특성상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판단은 적중했다.

문을 새로 열자 마자 손님들이 줄을 이었고 저녁무렵이면 20개 테이블 (총93석) 이 모두 꽉차는 날이 많아졌다.

현재 월평균 매출액 약 2천만원 가운데 8백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론 여기서 임대보증금과 대출금 이자, 본인과 부인의 인건비 등 경비를 감안하면 순수익은 샐러리맨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는 일단 모험으로 여겨졌던 사업확장을 정착시킴으로써 구멍가게식 통닭집을 일단 벗어났다는 점에서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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