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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CC 관계자가 듣고온 북한 종교현황]북한에 '가정예배소' 5백여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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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저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 지금 우리 교회에서 즐겨 불리는 찬송가 '저높은 곳을 향하여' 의 머리부분이다.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KNCC)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북한에서도 우리와 똑같이 이 찬송가가 즐겨 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KNCC측은 양단체만의 단독만남으로 방문기간 내내 북한의 조선기독교연맹 (위원장 강영섭)에서 김동완총무와 김영주 일치협력국장의 일정을 보살펴줬다는데서 이번 방문의 의미를 찾는다.

정치성이 크게 배제됐다는 풀이다.

양측 종교인들끼리의 접촉이었기 때문에 북한의 종교계를 엿볼 기회도 그 어느때보다 많았다.

북한에는 평양의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외에 가정에서 이웃끼리 모여 예배를 올리는 '가정처소' 라는 것이 전국에 5백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김목사팀도 방문기간에 어느 가정처소에서 예배를 올릴 기회를 가졌다.

그외에 평양에는 신학원이라는 교육기관도 한곳 있었고 북한관계자에 따르면 각 도와 군지역에 조선기독교연맹 지부가 60개에 이른다.

KNCC측은 이런 현황을 처음으로 전해 듣고 경제특구인 나진.선봉지역만 아니라 이들 지부에도 남북공동으로 '기독교사회봉사센터' (교회) 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기독교사회봉사센터는 예배기능을 중시하는 우리측과 사회봉사를 우선시하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새롭게 만든 용어다.

김목사가 설교를 한 지난달 28일 봉수교회의 예배에 참석한 인원은 1백50여명. 외국인들이 두 가족 섞여 있었다.

이 자리에서 김목사와 강위원장이 '저높은 곳을 향하여' 를 함께 불러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북한의 기독교인은 1만여명으로 추산. 북한의 대표적인 성당인 평양의 장충성당에는 매주 3백명 정도가 미사에 참여한다고 한다.

남포와 원산에 '공소' 라는 소규모 천주교 집회장이 있으며 천주교인은 3천여명. 북한종교인들은 김목사에게 지난 89년 완공된 장충성당이 빚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귀뜸, 우리측 천주교의 지원을 바라는 눈치였다고 한다.

북한의 스님들은 모두가 대처승이란 점이 특이하다.

평안북도 묘향산 속에 자리잡은 고려시대사찰 보현사에는 스님이 20여명 기거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종교실상이 북한종교계 관계자가 KNCC에 전한 것과 크게 다르다하더라도 그들이 보인 태도는 크게 변했음에 틀림없다.

북한교회관계자들이 김목사를 비롯한 KNCC의 방북팀에게 방문활동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선물로 건넸다는 사실에서 그런 변화를 단적으로 읽을수 있다.

KNCC측도 북한측의 이런 변화에 주목한다.

김영주 일치협력국장은 "자본주의의 시각에서 북한의 신앙생활을 재단할 수는 없다" 며 "두 단체가 오랫동안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유지하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첫단추로 작용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KNCC의 북한 방문은 지난 92년 1월 당시 KNCC총무였던 권오경목사의 방북에 이어 5년만에 이뤄진 것이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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