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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그리움 때문일까, 그리 멀리 못 갔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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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피맛골을 떠나지 못한 맛집 상당수가 이곳 재개발 1호인 르 메이에르 빌딩에 입주했다. 예전보다 3~4배 비싼 임대료 때문에 고전 중이라는 게 맛집 주인들의 한결같은 고민이었다. 가격을 많이 올려야 할 터이지만 요즘 나빠진 경제사정을 알기에 눈치만 보고 있는 중이란다.

청진옥 1937년부터 72년째 선지해장국을 끓여내는 피맛골의 터줏대감이다. 지난해 8월 빌딩 안으로 이사 와 현대식 건물 안에서 새 출발을 했다. 뚝배기에 밥을 넣고 그 위에 해장국을 부어 내놓는 국밥 메뉴를 없앴다. 밥과 국을 따로 내놓는 ‘따로국밥’이 주 메뉴를 대신하고 있다. 가격은 500원 올려 6000원을 받는다. 02-735-1960.

미진 54년 지금의 교보빌딩 자리에서 시작한 메밀국수 전문점. 점심시간마다 ‘줄 서는 집’으로 유명했다. 냉·온 메밀을 비롯해 낙지볶음·보쌈 등 12가지 메뉴가 있다. 올 초 8년 만에 메밀국수 가격을 1000원 올렸다. 6000원. 02-732-1954.

서린낙지 59년 문을 연 이 집은 70년대 중반 청진동으로 옮겼다가 2월 중순 현재 건물 2층에 자리 잡았다. 불판에 베이컨·소시지·콩나물 등을 올린 다음 낙지볶음을 더해 조리하는 ‘베이컨 소시지’가 주 메뉴다. 1만5000원. 낙지볶음(1만4000원)은 추가해야 한다. 02-735-0670.

이강순실비집 주인 이강순(71)씨가 93년 낙지볶음의 원조 박무순 할머니의 실비집을 인수, 98년 지금의 이름으로 상표 등록을 했다. 주 메뉴는 낙지볶음. 1만6000원. 낙지볶음을 포함해 조개탕(1만원)·감자탕(1만원)·파전(8000원) 등 주요 메뉴 가격은 8개월째 같은 수준이다. 02-732-7889.

장원집 40년 전통의 족발집이다. 교보빌딩 뒤에서 장사하다 1월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 건물에 세를 들었음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지금도 족발 큰 것이 3만2000원, 빈대떡이 1만원이다. 제육덮밥·닭도리탕(6000원), 순대국(5000원) 등 점심 메뉴를 개발했다. 02-734-7230.

제주도복집  85년 종로구청 건너편에서 시작한 맛집. 복지리·복매운탕이 주 메뉴다. 2만3000원. 최근 1000원을 올린 가격이다. 02-733-4250.

감촌순두부 30년 동안 종로구청 앞 먹자거리의 대명사처럼 통했던 곳이다. 빌딩 2층 서쪽에 들어서 있는데, 제법 규모가 크다. 주 메뉴인 순두부찌개는 1000원 올랐다. 9000원. 그래도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02-733-7035.

운정 64년 불고기 전문 식당으로 출발, 45년째 같은 메뉴를 내놓는다. 이사 전과 같은 가격인 1만2000원. 등심·갈빗살·차돌박이 등 구이류도 판다. 2월 빌딩 2층으로 이전했다. 대신 점심 메뉴인 육개장 등을 1000원 올렸다. 6000원. 02-732-9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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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고 

피맛골을 떠났다. 대부분 올라 버린 임대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라고 했다. 그래서 옮겨간 곳에서 가격은 예전 피맛골에서 받던 수준을 고수하는 가게가 많다.

청진식당 88년 교보빌딩 뒤 피맛골 샛길에서 돼지불고기와 오징어를 세트로 불판에 얹어 팔기 시작했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인근에 소문이 자자했다. 1월 서울YMCA 옆으로 이전했다. 가격은 돼지불고기와 오징어가 각각 6000원으로 변동이 없다. 두 명 이상 가야 두 가지 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02-732-8038.

신승관 63년 제일은행 옆에서 화교가 개업한 중국 식당으로 3대째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북창동의 소공동우체국 뒤로 이전했다. 자장면이 대표 메뉴다. 옮기면서 가격을 500원 올렸다. 4000원. 02-735-9955.

안성또순이집 35년째 생태찌개를 전문으로 내놓고 있다. 정동에서 출발, 80년대 중반 청진동으로 옮겼다가 2007년 말 서울역사박물관 옆 사직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가격은 4만원(4인 기준)으로 같다. 02-733-5830.

한일관 39년 화선옥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뒤 3대를 이어온 불고기 전문점이다. 올 1월 70년 만에 성수대교 남단 호산병원 뒤로 이전했다. 불고기 1인분에 2만5000원으로 2000원 올렸다. 02-732-3735.

삼성집 점심에는 생선구이와 각종 찌개류, 저녁에는 돼지족발·빈대떡·파전·모둠전 등을 팔며 피맛골 종합 음식점 구실을 하던 곳이다. 하지만 지난달 인사동의 칠갑산이란 식당을 인수하면서 업종을 바꿨다. 02-735-2609.



망설이고 

썰렁해진 골목을 지키는 터줏대감들이다. 일부는 세들어 있는 건물이 팔리지 않았고, 일부는 아직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여전히 썰렁해진 골목에서 문을 열고 장사를 한다.

열차집 대표적인 피맛골 터줏대감 격인 막걸리집. 황학천이 복개되기 전인 59년 천변에 나무 의자를 늘어놓고 시작했다. 69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고, 우제은(68)씨가 77년부터 32년째 뒤를 잇고 있다. 메뉴는 한결같이 빈대떡에 막걸리다. 간을 하지 않은 빈대떡에 굴젓을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빈대떡(9000원) 등 메뉴는 10년째 같은 가격이다. 02-734-2849.

대림식당 삼치·굴비·꽁치 등을 구워 파는 생선구이 전문 식당. 30년째 쉬는 날이 없다. 가격도 모든 메뉴가 6000원, 10년 전 그대로다. 아직 이전 계획이 없다. 02-739-0829.

원조 할머니 낙지쎈타 낙지볶음의 원조 박무순(92) 할머니가 운영하는 곳이다. 무교동 낙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실비집을 접었다가 7년 만인 2000년 둘째 아들 이중택(62)씨와 다시 시작했다. 낙지를 볶을 때 고춧가루·마늘·생강 등 처음에 사용했던 재료만을 고집해 45년째 맛이 한결같다. 메뉴는 낙지볶음(1만6000원)·조개탕(1만원)·감자탕(9000원)·파전(8000원) 등이다. 02-734-1226.

와사등 인사동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85년 10개였던 테이블이 지금 40여 개에 이른다. 영화 ‘오 수정’에서 문성근과 이은주가 술 먹는 장면을 촬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벽에는 손님들의 낙서가 빼곡해 목로주점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막걸리와 고갈비(이면수구이)가 1만3000원. 02-723-9046.

글=박상언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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