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살림에 … 아프리카 ‘쪽박’ 찰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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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프리카 국가 잠비아의 광산 도시 루안샤에서는 올해 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도시를 먹여 살려온 구리 광산이 경제위기 여파로 1월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충격파는 즉시 도시 전체로 퍼졌다. 가장들이 실직하면서 6만 명의 시민은 하루아침에 끼니를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광산노조 간부였던 스타니슬라스 음빔베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많은 사람이 극도의 빈곤 상태에 빠지게 됐다”며 “이 중 일부는 (먹고살기 위해) 범죄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난한 대륙 아프리카가 지구촌을 덮친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자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아프리카의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수요가 급감한 데다 아프리카 노동자의 해외 송금액과 외국인 투자 및 원조까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 지구촌 금융위기로 엄청난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며 “이들 국가에 올해 250억 달러가량이 추가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BBC가 4일 보도했다.

◆‘3차 파동’ 맞은 아프리카=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선진국(1차 파동)에 이어 개도국(2차 파동)을 강타한 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취약한 나라들에 ‘3차 파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번 위기의 본질인 금융 경색과는 무관하면서도 충격파를 맞아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당장 아프리카의 원자재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잠비아의 구리, 나이지리아·앙골라·적도기니에서 생산되는 원유 가격이 추락했다. 구리는 최고가 대비 3분의 1 수준이며, 원유는 30% 수준으로 폭락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사람이 송금하는 돈도 현지 경기가 침체되면서 크게 줄었다. 2007년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본국으로 송금한 돈은 19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송금액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급증세를 타던 외국인의 아프리카 직접 투자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주로 자원 분야에 집중된 투자액은 2007년에만 3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아프리카 자원 투자의 매력이 줄어든 데다 돈줄이 마른 선진국과 개도국들은 투자를 끊고 있다.

◆“원조만은 줄이지 말아 달라”=그동안 아프리카를 도와주던 나라들이 자신들의 발등에 붙은 급한 불을 끄기에 급급한 나머지 원조액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달 23일 “경제위기로 선진국들의 올해 원조액이 지난해 대비 60%가량 줄어들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존 홈스 유엔 구호담당 사무차장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1040억 달러에 이르렀던 전 세계 공적원조 금액이 금융위기로 향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IMF는 “지금까지 원조를 제공해 왔던 선진국들은 구호 액수를 줄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BBC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은 2007년 390억 달러 상당의 원조를 받았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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