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개월만에 시한부 판정 신혼부부의 눈물 “시간을 붙잡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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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지 6개월된 동갑내기 부부 문찬규(41)-원은민(41)씨. 3년 전 일식조리사와 단골손님으로 만나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지난해 드디어 나이 마흔에 늦깎이 신혼부부가 됐다. 하지만 신혼의 단꿈도 잠시, 결혼 두달만에 남편 문찬규씨는 말기 위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아내 은민씨의 인생은 오로지 남편만을 위하는 삶이 됐다.

10일 방송된 KBS 2TV ‘인간극장-내사랑 내곁에’에서는 친구들과 술자리에 있다 새벽 4시가 넘어서야 들어온 남편 찬규씨 때문에 아내 은민씨가 단단히 화났다. 은민씨는 남편이 좀더 몸을 아껴주길 바라지만 찬규씨는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기만 하다.

찬규씨는 아내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정성스레 저녁 식사를 차리고 무릎을 꿇은 채 미안하다며 손으로 싹싹 비는 셀프 동영상을 찍어 아내의 핸드폰에 전송했고 애교만점에 요리도 잘하는 남편을 아내 은민씨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그저 웃음으로 화를 삭혔다.

하지만 며칠 뒤 찬규씨는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안색으로 또 다시 속을 뒤집는 고통에 괴로워했다. 찬규씨는 “아픈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주면 그 사람이 힘들어한다”며 홀로 집을 나서 집 근처를 걸었고 한번 시작하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통증과 구토에 길에서 잠시 주저앉고 말았다.

그 시간 남편의 행동을 눈치 챈 은민씨는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나는 옆에서 지켜볼 뿐이지만 찬규씨는 당사자인데 아픈 걸 내 앞에서 티도 못내니까 마음이 아프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분노를 느낀다는데 그걸 내게 표현하지 않는 찬규씨는 얼마나 더 힘들겠냐”고 홀로 집에서 눈물을 쏟았다.

암세포가 장이며 복강까지 번져 수술조차 할 수 없었던 찬규씨는 몸무게가 20kg이나 빠지고 구토도 잦아졌다.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권했지만 고통스러운 치료에 매달려 일상을 포기하는 게 싫어 찬규씨는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했다.

찬규씨는 “단지 조금 연장하는 것 밖에 안되잖아요. 6개월을 1년으로 1년반으로... 6개월을 사람답게 편안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살다갈 것이냐, 1년을 살더라도 초췌하게 살 것이냐...”며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과 삶의 질을 결정해야 하는 잔인한 선택에 눈시울을 붉혔다.

흘러가는 1분 1초가 두렵기만 한 찬규씨와 은민씨. 은민씨는 “하루하루가 너무 금쪽같이 지나가는 것 같아 아깝다. 찬규씨와의 시간을 늘릴 수만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붙잡고 싶다”고 힘겹고 슬픈 심경을 토로했다.

아내 은민씨의 마음을 알면서도 얼마남지 않은 시간에 답답한 찬규씨는 인터넷에 ‘죽기 전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내용을 검색했고 홀로 바닥에 엎드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7가지’를 써내려갔다.

누구나 한번 태어나면 소멸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 찬규씨는 “이것 다 해 보고 죽어야죠”라며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꿈들을 적었다. 뒤늦게 남편의 메모지를 본 아내 은민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또 눈물이 터졌고 어떻게든 남편과 함께 할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애를 쓰는 자신과 달리 정작 당사자인 남편은 이미 체념하고 죽음을 받아들인 것 같아 허탈하고 서운한 마음으로 찬규씨에게 “나와 어머니를 생각하라”고 부탁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해당 게시판을 통해 “기적이 일어나 꼭 완치됐으면 좋겠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편의 환한 웃음과 남편을 이해하는 아내의 넓은 마음을 보고 정말 많이 배웠다. 두 사람은 아마도 천사인 것 같다” “절대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 정신력이 최우선이다. 항상 웃어라” “방송보는 내내 울었다. 어떤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고 슬펐다”등 의견을 남겼다.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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