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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토니 스미스등 해외작가 3인의 공간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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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엄격한 기하학적 비례를 통해 작가의 주관적 감정은 가급적 배제한 미니멀리즘 계열의 외국작가 3인의 전시가 화랑가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토니 스미스 (국제화랑, 10월25일까지) 와 프랑수아 모를레 (박영덕화랑, 10월3일까지) , 나이젤 홀 (박여숙화랑, 10월4일까지) 이 그들. 각기 독특한 개성으로 공간을 해석한 이들 작가들의 작업방식이 눈길을 끈다.

지명도 면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작가는 미국 조각가 토니 스미스 (1912~1980) .그는 현재 국제화단에서 이름이 나있는 키키 스미스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국제화랑 전시에는 건축가였던 그가 조각가로서 공식적으론 처음 제작한 작품인 '왕좌' (1956년작) 를 비롯해 모두 12점이 소개되고 있다.

스미스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도널드 저드나 칼 앙드레 등 미니멀리즘 작가들과 같은 계열로 분류되었지만 엄밀히 말해 미니멀리즘보다 한세대 이전 작가다.

말하자면 미니멀니즘 작가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함께 활동했다.

그는 20여년동안 건축 현장에 누볐던 건축가다운 면모를 작업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건축에서 최하위 단위인 모듈을 조각에 적용해, 정육면체같은 규칙적인 반복을 통해 얻어지는 질서정연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또 모든 장식적인 색을 배제한 검정색만으로 이루어졌다는 것도 특징이다.

프랑수아 모를레 (71) 는 미국과는 또다른 유럽식 미니멀리즘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프랑스 작가.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감정을 늘어놓는 것을 꺼린채 순수한 기하학적인 비례를 작품의 뼈대로 삼고 있다.

그러나 보다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이번 전시에는 60년대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네온 작업과 평면의 드로잉, 그리고 나뭇가지 등의 자연 재료를 함께 사용해 제작한 작품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의 색다른 작업은 옥외 설치작업. 오후 6시 이후 건물 외벽에 설치된 네온에 불이 들어오면 검정색 건물과 주위의 어스름이 그의 작업을 포근하게 감싸 미니멀작업과의 건축과의 관계를 잘 드러내 보여준다.

영국 조각가 나이젤 홀 (54) 은 직선과 곡선의 교차를 통해 균제된 조형미를 보여주는 작가.

그는 조각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작품의 한 요소로 인식해 이를 적극 끌어들인다.

이는 같은 작품도 보는 사람의 위치변화에 따라 작품이 달리 보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원추형의 빈 공간은 보는 위치에 따라 미묘한 변화를 보이며 마치 다른 작품을 보는듯한 묘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번 전시에는 조각 이외에도 드로잉 작업 등 모두 20여점이 소개됐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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