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산불진화 왜 어려운가 … 건기 장기화 비 안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인도네시아의 삼림을 태우고 있는 불은 앞으로 상당량의 비가 내리지 않는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있다.

인도네시아 삼림지대의 토양은 이탄층 (泥炭層) 이 지표 (地表) 아래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어 땅위의 불이 쉽게 땅속으로 옮겨붙어 진화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건기 (乾期)가 장기화할 경우 지하수위가 낮아지는데다 지표균열에 의해 이탄층이 노출되면서 불은 땅속으로 타들어가는 지중화 (地中火) 로 발전, 화재가 오랫동안 계속된다.

때문에 많은 양의 비가 장기간에 걸쳐 내리지 않는한 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 것이다.

또 이번 인도네시아 삼림화재는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9월말께면 시작될 우기 (雨期)가 오지 않아 크게 번지고 있다.

더구나 인도네시아는 건기동안에도 수시로 내리는 열대지방의 소나기성 강우인 스콜이 최근 4개월동안 한차례도 내리지 않아 삼림지역이 바짝 말라 있는 상태다.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서는 지난 82년 6개월에 걸쳐 3백60만㏊를 태운 화재가 발생했으며 지난 94년에도 불이 나 삼림 4만5천㏊가 소실됐다.

인도네시아 삼림화재는 대부분 화전 (火田) 경작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으나 이밖에 방목지 조성과 벌채하고 남은 나무를 태우는 과정에서도 촉발된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화전경작등으로 인해 삼림지역의 화재가 빈발하자 산불 관련 9개 법령을 제정해 범정부적 차원의 국가조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해오고 있다.

그러나 예산부족으로 인해 헬기등 공중 진화장비를 보유하지 못해 산불이 날 경우 대부분 강우에 의한 자연진화에 의존하는등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현재 약 60만~80만㏊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며 우기의 시작이 늦어질 경우 화재로 인한 피해면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광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