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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살인 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95년 제작된 미국영화 '데들리 인베이전 (Deadly invasion)' 은 벌떼가 마을을 습격해 사람들을 마구 살상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소재가 된 벌떼는 실재하는 '살인 벌' 들이다.

이 벌은 원래 아프리카 원산의 꿀벌인데 브라질이 56년 수입하면서 남.북미 대륙에서도 번성했다.

80년대 말까지는 멕시코에까지 북상했지만 90년대 접어들면서 드디어 미국국경을 넘었고, 93년에 이르러 애리조나에까지 올라왔다.

이 벌떼의 특징은 자극해서 화나게 하면 사람이나 가축을 집단적으로 무차별 공격한다는 점이다.

영화의 내용도 '사람 때문에 성난 벌떼의 공격' 이다.

브라질이 수입한 후 30여년간 남미에서만 1천여명이나 희생됐다니 놀랄 일이다.

이들 벌떼가 국경을 넘으면서 미국은 한때 '살인 벌' 퇴치작전에 골몰했으나 북상한 여왕벌이 유럽 원산의 수펄들과 교미해 성질이 온순한 혼혈종을 생산하면서 인명 살상에는 더 이상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게 됐다고 한다.

한데 말벌은 그 '살인 벌' 보다 더 무섭고 공격적인 벌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만도 노란줄말벌.황말벌.검정말벌.좀말벌.장수말벌 등 7종이 서식하고 있다 한다.

그중 장수말벌은 몸길이가 4㎝나 되는 세계 최대의 말벌류로서 성질도 난폭하며 독성도 강한 종이다.

이들은 다른 벌들의 애벌레와 번데기를 약탈해 자신들의 애벌레 먹이로 삼는가 하면 서양꿀벌 3만~4만 마리의 벌통 정도는 큰 턱과 강력한 독침을 사용해 2시간 내에 전멸시켜 쑥밭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살인 벌' 을 퇴치하기 위해서 장수말벌을 비롯한 말벌류를 동원해야 한다는 방안이 검토된 적도 있다.

하지만 말벌이라고 해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벌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이 있듯이 말벌도 성질을 돋우면 누구라도 공격하게 돼 있는 것이다.

최근 한달새 강원도삼척과 충남홍성에서 두 사람이 벌에 쏘여 목숨을 잃었다.

어떤 종류의 벌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먹이가 모자라는 가을철에 특히 기승을 부리는 말벌류가 아닌가 보고 있다.

벌의 천적 (天敵) 인 새와 토종개구리들이 환경파괴로 크게 줄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생태계의 먹이사슬 관계가 붕괴하면 그 피해는 사람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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