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기아그룹 법정관리" 최후통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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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아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은 기아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법정관리가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기아에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 오는 10월6일까지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든지, 화의 (和議) 신청을 고수하든지 양자택일토록 최후통첩을 보냈다.

채권단은 26일 오후 은행연합회에서 12개 주요금융기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표자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기아는 열흘간의 시간을 벌었지만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는등 법정관리에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기아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류시열 (柳時烈) 행장은 회의후 "화의로는 은행들의 추가 자금지원이 어렵기 때문에 기아 정상화를 위해서는 법정관리가 유리하다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 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아측이 계속 화의신청을 고수할 경우 추가 자금지원을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화의 동의여부를 개별 금융기관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채권단 대부분은 김선홍 (金善弘) 기아회장이 퇴진하고 기아측이 부채에 대한 금리를 대폭 올려 갚지않는 한 화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화의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또 오는 29일로 만료되는 부도유예협약을 연장해주지 않기로 했으며, 그 이후의 각종 결제자금은 기아측이 자력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아측이 이미 제출한 화의신청에 따라 관할 법원이 결정하게 되는 재산보전처분에는 동의해 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이날 오전 기아특수강및 기아인터트레이드가 법원에 제출한 법정관리 신청에도 동의해 주기로 했다.

채권단은 오는 29일 채권단 대표자회의를 다시 열어 이같은 방침을 최종 확정, 기아 경영진과 주주.사원대표등에게 공식 전달키로 했다.

한편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에게 "기아처리는 채권단과 기아가 알아서 결정할 문제이며, 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 이라고 보고했다.

姜부총리는 "다만 객관적인 조건을 놓고 볼 때 기아자동차를 살리기 위해서는 화의보다 추가 자금지원이 가능한 법정관리가 효과적" 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열린 21세기 경영인클럽 조찬간담회에서 姜부총리는 "기아는 명백히 경영의 실패작으로 전문경영인이 책임져야할 것" 이라고 金회장의 퇴진을 촉구했으며, "기업이 죽고 사는 것은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 고 강조했다.

송상훈.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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