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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 e-메일 조사 중단 요청하고 일찍 퇴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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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신영철(55) 대법관이 지난해 촛불집회 재판 때 판사들에게 e-메일을 보낸 것과 관련, 9일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 조사는 신 대법관의 요청으로 오후에 중단됐다. 신 대법관은 조사단 측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이 전했다. 신 대법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조사를 받고 점심식사 뒤 오후 1시30분부터 1시간 정도 다시 조사를 받았다. 이후 그는 “조사를 잠시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한다. 신 대법관이 조사 중단을 요청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대법원 관계자들은 그의 사퇴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신 대법관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퇴에 대한)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단 요청은) e-메일 등 서류를 보기 위한 것이며 다른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일단 이날 조사를 마무리하고 10일 다시 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 대법관의 자진사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신 대법관은 조사 중단 요청을 한 뒤 집무실에 머물다 오후 5시50분쯤 퇴근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신 대법관이 ‘가족과 함께 있고 싶다’면서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고 전했다.

이날 진상조사단은 신 대법관을 상대로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형사 단독판사들에게 e-메일을 보낸 경위를 물었다. 조사단장인 김용담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조사를 주로 맡았다. 언론에 공개된 e-메일 7건 외에 추가로 메일을 보냈는지,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집중 배당한 이유 등을 조사했다. 신 대법관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도 조사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등 다른 시국사건 재판에 관여했는지, 판사들에게 집시법·전기통신기본법 등에 대한 위헌제청 신청을 기각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는지 등을 물었다. 신 대법관은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조사단은 이날 허만(51)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상대로 촛불 재판사건 배당이나 양형에 부당한 개입을 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조사단은 이번 주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 신 대법관의 행동이 정당한 사법행정 범위에 들어가는지, 재판 개입인지 판단한 뒤 이번 주 중반께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대법원 측은 설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김용담 조사단장에게 지난해 신 대법관의 업무보고 당시 상황을 미리 설명했다고 밝혔지만 조사단은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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