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조루, 먹는 약으로 치료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남성에게 조루는 당혹감과 수치심을 유발합니다. 배우자에게 남성다움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특히 한국 사회처럼 남성이 우월적 존재를 나타내려는 사회일수록 이런 현상은 심합니다.”

영국의학협회 남성의학 부문 대변인인 아이언 뱅크스(사진) 박사가 조루의 최신 치료법을 소개하기 위해 6일 한국을 찾았다.

그동안 조루는 병원을 찾을 만한 치료 대상은 아니었다. 스퀴징(꽉 쥐기)이나 스톱앤고(멈췄다 다시 함)등 행동요법이나 리도카인 같은 피부마취 연고가 권장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먹는 조루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남성의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이 배우자에서 의사로 바뀐 것이다.

문제는 이들 방법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

“행동요법이나 마취 연고는 자연스럽지 못하고, 감각을 무디게 해 섹스의 즐거움을 반감시킵니다.”

먹는 조루치료제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남성은 사정하는 순간 세로토닌이 급속히 고갈되는데 다폭세틴이 이를 막아 사정을 지연시킨다는 것. 최근 세계 처음으로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시판허가를 받았다.

“조루의 의학적 기준은 현실과 크게 다릅니다. 교과서에는 1∼2분으로 기술돼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부부가 느끼는 행복입니다. 따라서 임상에서 섹스 시간이 두 세 배 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성적이지요.” 1분 내 사정하는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30㎎ 복용군은 평균 2분 47초, 60㎎ 복용군은 3분 19초로 증가했단다.

조루의 유병률은 4~30%. 하지만 나이에 따라 원인은 제각각이다.

“조루 환자는 동반질환이 있는지 유의해야 합니다. 발기부전과 함께 올 수 있고, 우울증·불안장애 등 기분장애도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어쨌든 조루가 개인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부부의 행복을 깨는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면 원인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한편 개발사인 존슨앤드존슨의 한국법인인 한국얀센 관계자는 “주요 3개국 이상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