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주가 좌우한다…최근 원화약세로 증시 내리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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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들어 주가하락현상이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종합주가지수가 6월 고점에서 지난 23일까지 17.4% (1백34포인트)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도 2.7% 절하됐다.

자본시장 개방의 본격화로 환율에 따른 외국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주가 변동에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전 같으면 환율절하정책이 수출촉진으로 이어져 경기를 활성화시킨다고 해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해외자금으로 설비투자를 한 주력기업들이 막대한 환차손에 따라 수지악화를 겪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한항공 주식의 경우 최근 1년동안 29.9%가 떨어졌다 (종합주가지수는 22.8% 하락) . 여기에 자본시장의 개방폭이 넓어짐에 따라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그러니 투자자들은 원 - 달러 시세를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내 주식을 산 외국인들의 입장에선 올들어 가만히 앉아 8% 가량 까먹은 셈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판에 환차손까지 겹쳐 손해를 보고 있다.

가뜩이나 주가가 활력을 잃고 있는 판에 원화절하 현상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이탈현상이 '원화절하→주식하락→투자회수→주식하락' 의 악순환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가의 상승.하락을 환율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최근 들어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영재 (金榮載) 경일산업대 교수는 '주가와 환율의 상관관계' 연구를 통해 "70년대에는 원화 약세가 수출을 촉진해 주가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었으나 80년대, 특히 자본시장 개방을 계기로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 밝혔다.

요컨대 환율 절하로 자본이 빠져나가는 마이너스 효과가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플러스 효과보다 커졌다는 것이다.

최근 종합주가지수와 원 - 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봐도 서로 거꾸로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프에서 보듯 (c - d) 로 표시된 대세상승은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시기와 일치했고 그 뒤에 온 대세하락 (d - e) 은 환율의 반등과 때를 같이 했다.

환율이 크게 변동치 않았던 80년대 전반의 수년 (b - c) 동안은 주가가 옆걸음을 계속했다.

문제는 원화절하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다.

최근의 환율상승은 어느정도 심리적 불안에 편승한 투기현상 때문이라는 것이 대우경제연구소 신성호 연구위원의 평가다.

사실 최근 2년동안 달러에 약세를 보인 것은 원화만이 아니다.

선진국을 포함한 40개국의 통화가 달러대비 평균 10.4% 절하된데 비해 원화는 8% 절하에 그쳤다.

따라서 원화가 안정을 되찾을 경우 국내 주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오히려 선순환의 상승현상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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