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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 휩싸인 신한국당…이회창측 해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표가 2, 3일 정도 현실에서 벗어나 자기성찰 (省察)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원래의 이회창 모습을 다시 찾아야지요. " '이마빌딩팀' 으로 불리는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23일 허탈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백지상태에서 국민에게 내보일 이회창의 상품성을 다시 그려야 한다" 고 덧붙였다.

李대표와 참모진, 그리고 선거기획단은 당의 내분과 지지율침체라는 이중고 (二重苦) 를 탈출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대부분 "특단의 수 (手)가 있을 수는 없고 李대표와 여당이 차근차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여권이 사는 길" 이라고 진단한다.

선거전략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회창 정체성 (正體性)' 의 위기다.

새정치.3金정치청산.지역구도타파.도덕성.국정운영능력.세대교체같은 李대표의 특장이 그동안 여러 곡절을 겪으면서 다른 대선경쟁자들에게 많이 침식당했다는 것. 특히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가 잠식한 세대교체같은 부분은 '책임있는 여권의 유일후보' 라는 카드로 메우려 했는데 당의 분열로 이마저 여의치 못했다는 것이다.

李대표와 기획팀은 그래서 30일 전당대회까지 당대표직.노선등을 둘러싼 내홍 (內訌) 을 최대한 치유하는데 1차목표를 두고있다.

그러고 나서 개헌론.연대론등을 둘러싼 잡음을 일소하고 李대표가 승부수를 던지는 방향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승부수에 충격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기획단의 관계자는 "李대표는 이제 유권자가 바라는 걸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그가 집권하면 최소한 과거 10여년간 국민을 실망시킨 실정 (失政) 이나 부패는 없을 것이란 확신" 이라고 설명했다.

李대표 주변에서는 개혁정신.역사바로세우기.금융실명제정신등 국민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시책은 과감하고 강도있게 옹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꽤 있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의 실정은 솔직하게 비판해 '전혀 다른 국정운영' 이란 약속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李대표가 金대통령의 마음을 얻어 대통령으로부터 '나를 밟고 가라' 는 허락을 받아내야 한다" 는 주장도 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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