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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의 부활 … 5년 새 3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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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뉴스분석 파출소가 다시 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9일부터 시내 253개의 치안센터(옛 파출소)에 상근 인력을 배치키로 했다. 파출소 기능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경찰청은 2003년 10월 ‘효율적 인력 배치’를 내걸고 파출소 통폐합을 단행했다. 전국 2944개의 파출소(읍·면 단위는 지서)는 863개의 지구대로 통합됐다. 지리적으로 통합이 어려웠던 187개의 파출소만 남겨졌다. 5년 남짓 시간이 흘렀다. 파출소의 숫자는 현재 581개로 늘었다. 파출소 통폐합 이후 ‘치안 사각지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 해결책은 ‘옛 시스템’으로의 회귀, 파출소의 부활이다.

◆‘얼굴 맞댄 치안’의 힘 간과=2000년대 초반 한국과 미국 경찰은 서로를 벤치마킹했다. 한국 경찰은 “미국과 독일 경찰처럼 효율적으로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순찰차를 집중 배치해 강력 사건이 터지면 효과적으로 출동할 필요가 있다. 사무실 등 고정 비용도 줄여야 한다”는 연구를 진행했다. 결국 실현했다.

미국은 반대였다. 한국과 일본의 ‘커뮤니티 폴리싱(Community Policing)’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한국의 파출소와 비슷한 ‘고방(交番)’이라는 치안 시스템이 있다. 미국 경찰은 “한국·일본처럼 경찰을 차량에 두지 말고 길거리로 내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대 이웅혁(경찰행정학) 교수는 “미국 경찰은 도보 순찰을 하며 주민과 만나고 이야기도 하면서, 그들의 사정을 알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얼굴을 맞대는 대면 치안을 통해 ‘범죄 억지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찰은 커뮤니티 폴리싱을 부분적으로 도입했다고 한다.


◆“효율적 배치보다 운용이 중요”=2007년 현재 경찰 1인당 국민 수는 509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가 없다. 지구대 시스템을 고치기 힘들다”는 경찰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90년대 파출소에서는 맞교대 근무를 했다. 노동 시간이 주 80시간은 너끈히 됐다. 지금은 4조 2교대 근무를 한다. 최근 지구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경찰관(경감) 한 명은 “지구대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쉬는 시간이 많아 승진 시험을 보기에 가장 좋다”고 말했다.

지구대로는 치안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찰 수뇌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이택순 전 청장과 어청수 전 청장, 김석기 전 서울청장과 주상용 서울청장 등이 부임할 때마다 “파출소 강화가 필요하니 증설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강인식·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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