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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벽장 속의 ‘도자기 악기’ 알고 보니 12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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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봤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집 한 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는 도자기, 서화, 병풍….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물려줬다는, 그 신화 같은 골동품은 대체 가격이 얼마나 될까.

KBS-1TV ‘TV쇼 진품 명품(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방송)’은 이런 해묵은 고민을 해결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1995년 3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해 14년 동안 2000여 점에 달하는 고미술품을 감정해 왔다. 15일로 방송 700회를 맞는 ‘TV쇼 진품 명품’의 고미술품 감정의 비밀을 들춰봤다.

15일 방송 예정인 KBS-1TV ‘TV쇼 진품 명품’ 700회 특집에서 감정가 10억원을 기록한 추사 김정희의 ‘불기심란(不欺心蘭)’. 추사가 제주도 유배를 떠나기 전인 1836년께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추사의 나이 50세때다. 화폭 전체에 그려진 난과 아들 상우에게 준다는 내용의 화제(畵題)가 담겨 있어 희소성·예술성·교훈성을 더한 진귀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KBS 제공]


◆역대 최고 감정가=15일 방송 예정인 700회 방송에선 조선 후기의 대학자 추사 김정희의 그림 ‘불기심란(不欺心蘭)’이 감정가 10억원을 기록했다. 이 그림은 추사가 제주 유배를 떠나기 전인 1836년께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진은 “추사가 아들 상우에게 준다는 화제가 담겨 있어 교육적인 가치를 더해주는 그림으로 희소성·예술성·교훈성 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추사의 그림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감정가다. 역대 최고가는 2004년 6월에 방송된 ‘고려역상감청자장고(高麗易象嵌靑瓷杖鼓)’로 감정가 12억원을 기록했다. ‘불기심란’은 700회 특집을 위해 소장자를 수소문해 설득한 끝에 그림을 가져왔다고 한다.

2004년 역대 최고 감정가인 12억원의 가치를 평가받은 ‘고려역상감청자장고(高麗易象嵌靑瓷杖鼓)’. 고려시대인 12세기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KBS 제공]


◆진품만 나올까=감정위원들은 녹화 시작 전 의뢰품의 진품 여부를 가리고 적정 가격을 책정한다. 이 과정에서 가짜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2003년 9월엔 의뢰받은 도자기를 감정가 7억원짜리 보물급으로 판정했다가 나중에 가짜로 밝혀진 일이 있었다. 문제의 도자기는 보물 제346호로 지정된 ‘청자상감진사모란문매병’과 비슷한 모양으로 50대 회사원이 내놓은 것이었다. 녹화 당일에는 감정위원들이 진품으로 판정한 뒤 고가의 감정가를 매겼지만, 녹화를 마친 뒤 일부 감정 위원이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며 정밀 감정한 끝에 가짜로 판명했다. 제작진은 방송 직전에 이 같은 사실을 추가로 녹화해 방영했다. 의도적으로 가짜를 방송에 선보이기도 한다. 의뢰인은 모른 채 가품(假品) 판정을 내린 물품을 내보내 위작 여부를 가리는 방법 등 시청자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감정된 물품은 판매하나=감정가 평가까지만 방송의 몫이다. 방송 이후 의뢰품이 판매됐는지 여부는 제작진도 알 수 없다. 연출자인 안홍수 PD는 “의뢰인 중 대다수는 판매보다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물품의 가치를 알고 싶어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어떻게 구성할까=연예인 패널은 골고루 섞는 편이다. 이를테면 배우 엄앵란 등 나이 지긋한 연예인과 젊은 개그맨 등을 함께 출연시키는 식이다. 중년 연예인들의 경우 고미술품에 대한 식견이 있어 감정가와 근사치를 맞추는 일이 자주 있다. 반면 젊은 연예인의 경우 엉뚱한 발상으로 터무니없는 감정가를 적어내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안홍수 PD는 “방송 700회를 계기로 서양 미술품이나 화폐·우표 등 감정 의뢰품의 범위를 넓혀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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