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뛴다]2.험난한 선진국에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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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이미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투철한 기업가 정신, 합리적이고 근면.검소한 국민, 경쟁력있는 정부등으로 요약된다.

나라의 크기나 부존자원은 큰 문제가 안된다.

문제는 인적 자원이다.

◇ 톱 리더가 흥망을 가른다 = 92년말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3백여명의 각계 전문가를 소집한뒤 회의에서 도출된 의견을 토대로 취임과 함께 재정.무역적자등 미국병 치유를 위한 '1백일 경제계획' 을 시행했다.

클린턴은 먼저 백악관 직원 25% 감축, 정부관리비 3% 삭감, 연방 공무원 10만명 감원을 추진한뒤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절약한 예산은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투입했다.

30년간 싱가포르를 이끌며 영국 식민지에서 경제부국으로 끌어올려 '싱가포르의 국부 (國父)' 로 불리는 리콴유 (李光耀) 는 그 비결을 '클린시스템' 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깨끗한 공직사회,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이야말로 국민단합의 원동력이라는 지적이다.

◇ 남보다 앞서, 멀리 내다본다 = 일본의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 (經團連) 은 지난해 일본의 미래 청사진을 그린 '2020 비전' 을 발표했다.

국민소득 4만달러를 넘어섰음에도 왜 일본 국민들의 삶은 풍요롭지 못하며, 개도국에 대한 원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인데도 국제사회서 그만큼 존경를 받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이 플랜은 30년 가까운 미래를 전망하고 필요한 준비를 촉구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경제발전에는 정치.사회 안정이 필수 =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들의 특징중 하나는 쿠데타를 겪은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러시아.독일등 주변 강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시달려온 인구 5백만명의 핀란드는 2차대전후 중립국 노선을 표방하며 외교적 안정을 이뤘다.

이런 토대에서 꽃피운 민주주의가 선진경제권 진입의 밑거름이 됐다.

◇ 우물안 개구리는 곤란 = 태어나면서부터 국제화되어 있다는 싱가포르 사람들. 서울만한 좁은 국토에 인구 3백만의 소국임에도 3만달러 가까운 소득을 자랑하는 싱가포르의 저력은 개방성에서 나온다.

그들은 외국인투자유치.해외투자진출을 생존의 조건으로 생각한다.

◇ 노사가 화합하는 나라 = 일본이 73년 변동환율제 시행이후 지금까지 20년이상 지속된 엔고를 극복하고 수출대국이 된 것에 대해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노사안정을 큰 요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일본도 70년 무렵엔 노사분규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춘투 (春鬪) 와 두자리수 임금 인상이 되풀이되며 74년엔 인상률이 32.9%에 달했었다.

그러나 오일쇼크등 외부 충격이 오자 분규의 악순환을 끊자는 국민적 합의를 이뤄냈다.

◇ 덩치나 자원이 핵심은 아니다 = 우리보다 앞서 1만달러를 넘어선 28개국중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나라는 미국.일본과 유럽 4개국등 6개국뿐이다.

인구 1천만명이 채 안되는 나라가 무려 절반이 넘는다 (15개국) . 중동 산유국들은 70년대 두차례에 걸친 오일쇼크와 함께 일약 갑부 대열에 올라섰었다.

카타르.아랍에미레이트등은 한때 1인당 소득 세계 1.2위를 다투었으나 이젠 2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사우디아라비아는 80년 1만달러를 넘어섰다가 다시 줄어 95년에는 7천달러선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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