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후보 강연]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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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앙일보 창간 32주년기념 '정당후보 초청 강연회' 는 4대정당 후보가 한자리에 모인 최초의 자리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본사 주변엔 8백여명에 이르는 방청객들이 행사장 입장을 위해 1시간전부터 몰리기 시작했다.

입장권을 미리 배포받지 못한 사람들도 호암아트홀 로비에 마련된 대형 텔레비전 스크린을 통해 후보들의 '정견발표' 를 지켜보는등 '미니 4당후보 유세장' 의 열기는 뜨겁기만 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대통령후보들의 동시 강연회여서 그런지 취재진 1백여명이 뜨거운 취재경쟁을 했으며 KBS와 MBC는 생중계했다.

…후보들이 행사장에 입장하자 기다리고 있던 8백여명의 내빈.방청객들은 열렬한 박수로 환영했고 후보들은 단상에 올라 나란히 착석. 洪사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행사는 중앙일보 창간 32주년을 맞아 정책대결을 통한 정치문화의 선진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한 것" 이라고 행사의 의미를 설명. 洪사장은 이어 "새대통령은 짧게는 지난 1백년의 근대사를 마감하고 앞으로 1백년의 터전을 닦아야 하며, 길게는 지난 1천년과 다가올 1천년 사이의 전환점에 서서 민족과 국가의 명운을 개척하는 막중한 책무와 소명을 안게 된다" 며 이번 대선의 중요성을 강조. 지난 5월 중앙일보와 문화방송 주최의 첫 TV토론 당시 사회를 본 김영희 (金永熙) 중앙일보 국제문제대기자가 사회를 보자 후보들은 구면 (舊面) 때문인듯 편안한 표정. 金대기자는 그러나 "별도의 질의.응답은 없으며 후보자간 상호 비방을 금지한다" 는 내용의 경고를 사전 주지시키며 '기율' 을 잡았다.

발언시간은 이회창후보와 김종필후보가 정해진 15분에서 3분 정도를, 조순후보는 4분을, 김대중후보는 6분 정도를 각각 초과했다.

…가장 먼저 연설에 나선 이회창후보는 차분한 어조와 강한 톤을 섞어가며 '대통합의 정치' 를 강조. 李후보는 자신의 대통합 정치는 여러 세력이 힘을 합해 선진화의 새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하며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시도. 李후보는 김대중.김종필후보를 직접 겨냥,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듯이 구시대정치를 갖고는 새시대를 열 수 없다" 며 "3金구도의 구시대정치를 타파하고 생산적 정치를 엮어 나가겠다" 고 두 金씨에게 직격탄. 이때 김대중.김종필후보는 딴 곳을 응시하고 있다가 李대표쪽을 바라보며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두번째로 나선 김대중후보는 준비한 원고를 읽지 않고 대중집회 유세를 방불케하는 즉석연설을 했다.

金후보는 다양한 제스처를 써가며 특유의 "나는 …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라는 어법으로 청중들의 박수를 10여차례 유도했다.

金후보는 "李후보가 3金정치 청산이라고 했는데 나도 그 대상중의 하나인 것같다" 고 운을 뗀 뒤 "그렇다면 李후보는 성 (姓) 이 李씨인 이인제씨와 같이 정치를 할 것이냐" 고 공격. 金후보는 "정치를 오래 했으면 구시대정치인이고, 그때는 외면하다가 지금와 정치를 시작하면 새시대 정치인이라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느냐" 고 응수, 지지자들이 일제히 환호해 마치 합동연설회장을 방불케 했다.

…세번째 연설에 나선 김종필후보는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준비된 연설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金후보는 이회창후보의 책임총리제의 논리적 허구성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공격에 나서 관심을 끌었다.

金후보는 "권력은 속성상 분점하는게 아니라 독점하는 것이며 부자간에도 나눠가질 수 없다" 며 드라마 '용의 눈물' 을 비유. 이어 金후보가 "권력분산 운운하지만 적당히 할 것이 아니라 개헌해서 내각제를 해야 한다" 고 목청을 높이는 순간 자리에 앉아있던 이회창후보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깍지를 끼며 천장을 응시했다.

…마지막으로 연설에 나선 조순후보는 후발주자답게 새롭고 다양한 정책을 선보여 눈길. 그는 조용 조용히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던 기존의 어법을 바꿔 강한 악센트를 구사하며 다른 세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데 힘썼다.

그는 사전배포한 연설문 원고에 없던 대통령중임제를 꺼내며 "현 5년단임제는 2년6개월이 지나면 레임덕과 누수현상이 생긴다" 며 "그래야만 정권의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고 강조. 그는 "대신 총리와 각료가 실질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면 권력의 집중을 막을 수 있다" 고 설명. 그는 또 "이번 정기국회에서 선거법을 바꿔 대선에서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실시할 것을 제의한다" 고 제의하자 청중석에서는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이태섭 (李台燮) 부총재등이 "그건 개헌해야 되는 사안아니냐…" 며 웅성거리기도.

…오후2시5분쯤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총재가 승용차로 중앙일보 정문 현관에 도착하는 것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도착했다.

이어 조순 (趙淳) 민주당.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총재와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가 차례로 도착, 접견실에서 홍석현 (洪錫炫) 중앙일보사장과 차를 마시며 잠시 환담. 이 자리에서 김종필총재는 "접견실이 21층이어서 그런지 21세기는 중앙일보가 선도하겠네" 라고 덕담을 건넸고, 洪사장은 "저도 미처 그런 생각까지는 못했는데요" 라고 화답. 이에 김대중총재가 "오늘 중앙일보 32주년의 최고 축사는 김종필총재가 했다" 고 동감을 표시. 김대중총재는 과거 동양방송 (TBC) 시절을 회고하는등 본지 창간 기념일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고, 이회창대표도 일본 언론사들의 얘기를 꺼내며 관심을 피력. 후보들은 환담을 마친 뒤 행사장인 호암아트홀로 이동. 전영기.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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