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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에 은행잎 뿌리고, 노점 디자인까지 챙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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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여성 구청장 실험’은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의경영대상, 공공행정대상, 여성정치발전인상 등 굵직굵직한 상을 네 여성 구청장이 고루 받으며 언론의 주목도 받았다. 초선 구청장들의 성공 비결을 정리했다.

1. ‘전국 최초’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송파구청은 48시간 내 여권 발급, 아토피 없는 유치원, 공공수영장 생리 할인제 등을 전국에 파급시켰다. 중국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러 올 정도다. 한정된 구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려다 보니 아이디어를 적극 개발하게 됐고 ‘전국 최초’만 시도하다 보니 영향력도 커졌다. 남이섬 ‘송파 행엽로’도 김영순 구청장의 아이디어. 구청은 골치 아픈 은행잎을 처리하고 남이섬은 관광자원을 확보하는 윈-윈의 결과를 낳았다.

2. 구민 참여를 유도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동성로 노점상 철거 문제를 협의로 마무리했다. 비결은 구청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은 것. ‘생계형’ 노점상은 일부 남기기로 결정한 뒤 생계형의 기준에서부터 새 노점의 색상과 디자인까지 노점상들이 변호사·언론인 등 외부 전문가들과 직접 논의하도록 했다.

김영순 구청장은 성내천을 개발하면서 주민들이 나무를 심고 이름을 붙이게 했다. 또 겨울이면 시에서 전기를 제공해 그 나무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밀 수 있게 했다.

3. 장점은 강조하고, 약점도 장점으로

네 구청장은 여성·노인·아동복지와 문화에 대해 잘 알면서 친화력이 강하다는 여성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주민들과 소통의 자리를 자주 마련했다. 주부 출신 구청장들은 살림을 해봐서 누구보다 알뜰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미혼인 윤 구청장은 관용차를 팔고 관내를 걸어다니며 주민들의 마음을 잡았다. 또 남성에 비해 네트워크가 단단하지 않고 술자리에 약한 점을 역이용, 여성이기 때문에 학연·지연 등에 흔들리지 않고 청렴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4. 쌓아온 경력을 활용한다

김영순 구청장은 당 여성국장과 부대변인을 지내며 쌓은 네트워크, 정무2차관을 지내며 쌓인 행정 경험을 살려 구청에선 하기 힘든 굵직한 사업을 펴왔다. 김은숙 부산 중구청장은 약사와 부산시 보건복지여성국장을 지낸 경력을 살려 복지정책을 특화했다. 박승숙 인천 중구청장은 인천 시의회 의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구의원들을 설득했다. 윤 구청장은 문화기획자 출신답게 남경주·박정자씨 등 문화계 인사들을 섭외하고 독서와 영화감상을 활용한 리더십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5. 여성에 대한 편견은 현실로 인정

이들은 여성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비난만 하기보다는 냉정한 현실로 인정하고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 구청장은 “여성은 종로에 알몸으로 서 있어도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청렴해야 한다”고 했다. 윤 구청장은 “남성의 두 배는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론 남성보다 더 강한 모습도 보여야 한다. 김영순 구청장은 롯데월드 놀이기구 사고 때 6개월 영업정지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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