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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말하고, 2분 듣고, 3번 맞장구쳐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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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호 06면

스타 강사이자 교수인 손일락(54·사진) 청주대 호텔경영학과 교수가 최근 신간을 냈다. 『에티켓을 먹고 매너를 입어라』는 책이다. 손 교수는 삼성·LG·SK 등에서 연 150회 이상 특강하는 대기업 섭외 0순위의 ‘매너학 전문가’다. 호텔신라 웨이터로 출발해 1984년부터 대학 강단에 선 그가 국내 최초로 개설한 ‘현대인과 국제매너’라는 과목엔 한 학기에 4300명의 수강자가 몰려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새 책에는 그가 생각하는 매너의 시작과 끝, 에티켓의 중요성에 대한 소찰이 두루 담겨 있다. 그에게 최근 정치인들의 매너에 대해 물었다.

손일락 교수가 말하는 ‘매너 정치학’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세련됐죠. 평소 훈련도 많이 받고 글로벌 마인드도 갖추면서 매너라는 단어가 나름 보편화된 것 같아요.”

매너가 세련된 정치인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꼽았다. 오 시장은 옷 입는 감각이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패션만 신경 쓰면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데 되레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길 바라요. 단지 매너라는 측면에서만 얘기하는 것이니까요.” 그는 김 위원장이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 만났을 때를 거론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술을 못 마신다는 걸 알고 샴페인 대신 청량음료를 준비한 거나 건배할 때 잔을 조금 낮춰서 부딪치는 모습 등은 사소한 것 같지만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매너죠.”

‘아쉽게 느껴지는 정치인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빨간 넥타이와 김문수 경기지사의 금테 안경을 예로 들었다. 김 지사처럼 인상이 날카로운 사람이 금테 안경까지 쓰면 자칫 신경질적으로 보일 수 있단다. 그는 “렌즈를 끼거나 과감히 뿔테로 바꿔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의상에 대해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투쟁성만 강조되는 이미지”라며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해 대중과 어울려 나가려는 모습이 아쉽다”고 했다.

손 교수는 책에서 역대 대통령과 저명인사들의 독특한 매너 습관과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유럽 순방 때 서양식 풀코스 요리를 접하곤 왜 찔끔찔끔 내오느냐며 호통쳤던 박정희 전 대통령, 호텔 뷔페에 야전점퍼 차림으로 등장한 전두환 전 대통령, 넥타이 고르는 솜씨가 유별났던 김영삼 전 대통령, 옷차림이나 식사하는 자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박태준 전 총리, 강효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로맨틱하면서도 파격적인 패션감각을 선보였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다양한 사례들을 한데 모았다.

그가 조언하는 ‘정치인들이 작은 매너 하나로 돋보이는 법’은 뭘까. 답은 ‘경청의 법칙’이었다. 이른바 ‘1·2·3법칙’이다. 내가 할 말은 1분 내에 끝내라. 실험 결과 상대방 말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58초를 넘지 못한다. 대신 상대방에겐 2분 정도 배려해 주고 그 사이 3번 정도 맞장구쳐 주라. “기꺼이 대화 주도권을 내주라는 거죠. 그러다 보면 돋보이는 건 결국 자기 자신임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은 도대체 훈련이 안 돼 있는 건지, 아니면 듣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는 건지….”

그의 지적은 ‘소음공화국’이 돼버린 우리 사회에 대한 따끔한 질책으로 이어졌다. “카페에서 아줌마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74㏈쯤 됩니다. 그런데 지하철과 건설현장 소음이 80㏈, 제트기 이륙 소음이 110~130㏈이에요. 사람이 70㏈ 이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사이코가 된다고 합니다. 대화할 때 목소리를 낮출수록 설득력이 높아진다는 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얘기지요. 당장 아이들 꾸짖을 때 목소리를 조금만 낮춰 보세요.”

‘배려의 미학’에 대한 그의 주장은 계속됐다. “언젠가 대학 도서관에서 30분간 세어보니까 휴대전화 벨소리가 70회가량 들리더군요. 일본에서는 최근 신칸센에서 휴대전화가 걸려왔을 때 연결통로로 나가서 받는 사람이 절반밖에 안 된다며 나라가 망할 징조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그럼 소음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매너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미소(Smile)입니다. 한국 사람은 웃을 수 있는 근육이 퇴화해 버렸다는 소릴 들을 정도로 표정이 없기로 유명하죠. 미소만 띄워도 절반은 성공한 겁니다. 지금 당장 한번 웃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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