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항 살리려면 규제부터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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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전국의 지방 공항은 14개다. 이 중 김포·김해·제주·대구·광주 등 다섯 곳만 흑자를 낸다. 나머지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양양공항은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항공편이 하나도 없다. 매일 2800만원의 적자를 낸다. 1300억원을 들인 울진공항은 취항하겠다는 항공사가 없어 개항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흑자 내는 5곳이 적자 공항 9곳을 먹여 살리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수요가 없는 데에 공항을 지었기 때문이다. ‘정권 실세’들이 업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공항 건설을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청주공항의 운영권 매각(본지 3월 6일자 2면)은 침체된 지방공항의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고심 끝에 꺼내든 카드다. 국토해양부 장종식 철도항공국장은 “지방공항의 근본적인 침체 원인은 수요가 없기 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나마 승객이 있는 공항을 민영화해 지방공항의 활로를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공항은 국토부가 건설한 뒤 한국공항공사가 넘겨받아 운영과 관리를 독점해 왔다. 지방공항 민영화는 30년 된 한국공항공사의 독점체제를 깨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민영화를 통해 한국공항공사의 인력구조나 운영 등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청주공항을 민영화 1호로 잡은 이유는 그나마 상황이 낫기 때문이다. 연간 이용객이 100만 명이 넘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88명의 1인당 평균 인건비가 연간 5000만원이 넘는데 이런 점을 개선하면 흑자 전환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판단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김연명 항공교통연구실장은 “청주공항에 국제선을 증편하고 여객터미널의 상업시설을 활성화하면 흑자 전환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업체가 운영하면 승객 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일 것이고 공항 간 경쟁을 촉발해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용객을 늘리기가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승객이 늘어날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또 국제선 편수를 늘리려면 외국과 항공회담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노선을 늘리거나 신설하기 어렵다.

청주공항 운영권 매각에 대해 아직 관심을 보이는 데는 없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도 제주공항에는 관심이 있지만 청주공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청주공항이 이럴진대 나머지 적자 공항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공항 자체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주변 개발권이나 부대사업을 끼워주지 않으면 민간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항공업계는 민영화 못지않게 규제 완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토부 규정에는 14개 지방공항의 정원을 1914명으로 못 박고 있다. 또 청원경찰법에는 2001년 이전에 주요 국가기간 시설에 배치된 청원경찰을 줄이거나 용역 경비원으로 대체할 수 없게 돼 있다. 청주공항은 직원 88명 중 청원경찰이 57명인데 이들에 대해 손을 댈 수 없다는 뜻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용역 경비원을 고용해 인건비를 낮췄다. 획일적으로 책정된 이착륙비도 공항 사정에 맞게 낮춰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항공대 이영혁(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국내선이 대형기 위주로 운항되다 보니 지방공항 취항이 줄고 승객이 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정부가 저가 항공사에 대한 지원책 등을 통해 소형 항공편 시장을 활성화해 수요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상지대 이강빈(무역학과) 교수는 “정기편이 취항하지 않는 공항은 부족한 항공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훈련 시설 등으로 과감히 용도를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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