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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10개면 하루 단백질 충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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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번 불량 만두 사건은 만두의 '원적지'인 중국에선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다-. 중국의 식품위생 수준이 우리 보다 더 낫다는 얘기가 아니다. 원래 중국 만두엔 단무지나 무말랭이가 들어가지 않는다. 고대 중국 요리에선 고기.채소 등 소를 넣지 않고 만두를 만들었으며, 소가 들어가면 포자(包子).교자(餃子)라고 불렀다.

만두의 기원은 송나라 '사물기원(事物紀原)'이란 책에 기술돼 있다. 촉나라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심한 풍랑을 만나자 49명의 사람 머리를 수신(水神)에게 바쳐야 한다는 진언을 들었다. 이에 제갈량은 양고기.돼지고기를 섞어 소를 만들고 사람 머리 모양으로 밀가루를 빚어 공물하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한자로 만두는 '기만(饅)하기 위해 만든 머리(頭)'다.

만두는 간식거리로 적당하다. 가정에서 군만두.물만두를 만들어 먹는다면 1인분의 열량은 300㎉ 정도다. 만두국을 먹어도 500여㎉에 그친다.

훌륭한 웰빙식품이며, 전형적인 슬로 푸드의 모델인 만두의 '겉과 속'을 들여다 보자.

◇영양적으론 버릴 게 없다=만두는 통째로 영양 덩어리다. 만두피로 가장 많이 쓰는 밀엔 비타민 B1이 풍부하다. 항산화 비타민으로 유해산소를 없애는 비타민E도 들어 있다. 역시 피의 재료인 메밀은 풍부한 단백질과 루틴이라는 영양소로 혈압강하에 기여한다. 감자로 피를 만들면 칼슘.칼륨 등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다. 특히 감자의 비타민 C는 전분에 둘러싸여 조리 도중 열에 파괴되지 않는다.

만두소로 쓰이는 김치가 영양 만점의 식품이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주재료인 배추.무.부추.파.마늘엔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특히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에게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 A와 C를 섭취할 수 있다.

소고기 만두에 들어가는 소고기엔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다. 소고기는 또 철분.아연.비타민 B군의 주공급원이다.

꿩고기를 소로 넣은 만두는 조선시대에 궁중을 포함한 서울 지방에서 즐겨 먹었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은희 영양사는 "곱게 다진 꿩의 잔뼈와 살, 으깬 두부 등으로 소를 만들었다"며 "꿩 뼈와 양지머리를 고아 만든 장국에 만두를 넣으면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음식이 된다"고 설명했다.

◇'소 먹자는 만두요'=만두 맛은 피가 좌우한다. '소 먹자는 만두요, 떡 먹자는 송편'이라는 말이 있듯 만두는 피가 얇고 소가 충실해야 맛이 있다.

피를 반죽한 뒤 1시간 쯤 두었다가 가능한 한 얇게 미는 것이 맛의 비결.

강남차 한방병원 김상우 교수는 "소는 부드러워야 하는데 재료의 물기를 너무 짜면 배추나 숙주의 섬유질만 남아 질기고 팍팍해진다"며 "중국에선 다진 돼지고기나 새우살에 물.육수를 조금씩 넣은 뒤 많이 저어 공기가 잘 들어가게 함으로써 속을 부드럽게 한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돼지기름까지 섞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

◇종류가 다양하다=국내 음식 서적에 나오는 만두는 모두 78종. 피의 재료에 따라 밀.메밀.감자 만두, 소에 따라 김치.소고기.꿩고기 만두로 나뉜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은 "만두는 고려시대 중국에서 들어왔는데 요즘 우리가 먹는 만두는 1930년대에 유행한 것"이며 "옛 음식 책엔 만두피로 가루 반죽을 쓰지 않고 생선.육류.채소 등을 넓게 저며 사용했다고 쓰여있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음식지미방'에 나오는 어만두는 숭어.민어 등 흰살 생선을 넓적하게 저미고, 그 안에 고기와 채소 소를 넣어 쩌낸 음식이다.

◇노인.어린이에게 좋은 음식=분당서울대병원 손정민 영양실장은 "만두는 속 재료를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잘게 다져 놓은 음식이므로 소화가 잘된다"며 "소화력이 떨어지는 노인과 어린이에게 권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채소를 기피하는 등 편식이 심한 어린이는 속 재료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심코 잘 먹는다.

하루에 찐 만두 10개를 먹으면 성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소인 단백질의 하루 섭취 권장량(자신의 체중 ㎏당 1g으로 계산)을 충당할 수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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