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환율대책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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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요 그룹들은 이달 중순께부터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최근의 달러값 급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불투명한 경기전망도 문제지만 경영계획 수립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환율 전망이 시원치 못해 계획수립이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기업들은 달러화급등 현상이 오래가는 것에 대처하기 위해 시설재나 외화도입을 미루고 결제통화를 바꾸는등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매년 이맘때면 내년도 사업계획에 적용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등을 담은 환율지침을 만들어 각 계열사에 내려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환율급변에 따라 이 지침을 아직까지 만들지 못했다.

이에따라 계열사들의 사업계획 확정 시기도 예년 (10~11월) 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그룹 관계자는 말했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정순원 (鄭淳元) 상무는 "국제 환율 시세를 가늠하기 어려운데다 적정 환율과 시장 환율과의 균형점을 찾기 힘들어 고심중" 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의 경우 지난주 경제연구원이 마련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때 적용할 환율 전망치 (내년 연말 1달러당 8백80원) 를 각 계열사에 내려보내면서 다시 수정할지 모른다는 '단서' 를 달았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초 연말기준으로 달러환율을 8백65원으로 예상했다가 8월초 8백80원으로, 최근에는 9백2원으로 수정 전망했으며 11월말이나 12월초께 수정치를 다시 내놓을 계획. 따라서 LG전자등 일부 계열사는 내년 사업계획을 마련하면서 연구원의 환율 예상치와 자체 분석한 환율 전망치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일까지 사업계획 수립지침을 마련해 이달말까지 계열사에 내려보낸뒤 10월말이나 11월초께까지 사업계획 수립을 마칠 계획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연초에 연말기준으로 환율을 8백60원으로 보았지만 5월에 8백80~8백90원으로 수정 발표했다.

그룹에서 독촉이 심해 최근 내년 연말 환율을 9백10원으로 결정했으나 수정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대우그룹도 다음달초 '환율.금리 협의회' 를 열어 내년 환율 전망치를 계열사에 내려보낼 예정이나 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대우 관계자는 "원 - 달러 환율이 경제여건보다는 통화당국의 정책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환율예측이 더욱 어렵다" 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말 삼성전자 자금팀이 각 사업본부 구매담당 부서에 결제통화를 원화나 달러화가 아닌 제3의 통화로 가능한한 바꾸라는 지침을 내리는등 주요 기업들이 달러화 급등에 따른 추가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중견 기업인 H그룹은 최근 외환시장에서 1억달러를 현물로 사들였다.

또 외화 (달러) 부채가 70억달러에 달하는 한전은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올해초 달러 표시 부채 10억달러를 호주 달러.도이치 마르크등으로 바꿨다.

포항제철은 최근 외화부채의 40%는 엔으로, 60%는 미 달러화로 애써 바꾸어 놓았다.

이 두 통화는 통상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환율급변에 따른 위험을 줄일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반도체공장의 완공을 올 연말에서 6개월가량 미룰 방침이며 아남산업도 비메모리반도체 공장 건설용 외자도입을 일단 미루기로 했다.

이영렬.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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