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수녀 장례식 세계가 울었다…7개 종교인 동시추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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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가와 민족, 종교를 초월한 봉사로 일관했던 테레사 수녀의 한평생을 반영하듯 인도 캘커타 네타지경기장의 영결미사엔 종교.국적을 초월한 각국 조문사절과 6천여명의 빈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세계 각국에 TV로 생중계됐다.

특히 국민추도기간까지 정해가며 테레사 수녀의 죽음을 애도했던 캘커타등 인도 전역엔 판디트 자와하를랄 네루.마하트마 간디등 과거 인도를 통치했던 국민지도자의 사망때와 엇비슷할 정도의 추모분위기가 형성됐다.

…캘커타 시내 성 토머스성당 유리관속에 안치됐던 테레사 수녀의 시신은 13일 오전 군 운구병 8명에 의해 인도국기가 장식된 포차 (砲車) 로 옮겨진 뒤 흰꽃으로 장식된 운구차에 실려 오전8시50분 (한국시간 12시20분) 쯤 성 토머스 성당을 출발. 운구차에는 수녀와 수사 6명이 함께 탑승했으며 수녀가 생전에 아꼈던 장애자.나환자.고아.부랑자들이 5㎞의 긴 줄을 지어 뒤따랐다.

장례행렬이 빅토리아기념관.미들턴 로드.파크 스트리트.네루가등을 거쳐 1시간 뒤인 오전9시57분쯤 네타지경기장에 도착할 때까지 1백50여만명의 추모객들이 모여들어 길에 꽃을 뿌리며 테레사 수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특히 테레사 수녀의 시신에 직접 다가가 꽃을 바치려는 시민들이 연도의 경찰 저지선을 돌파, 운구차에 바짝 다가서는 바람에 이를 막는 군.경찰들과 한때 긴장상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인도정부가 테레사 수녀의 시신 운구용으로 포차 (砲車) 를 이용한 것은 인도의 오랜 전통에 따른 것. 이 포차는 인도지형에 잘 맞게 설계된 것으로 당초 포를 나르는데 사용됐으나 지난 48년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간디의 시신을 처음 운반한 이래 이젠 유명 인사들의 유해 운구용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인도 초대 총리인 네루의 시신 또한 이같은 포차에 실려 장지로 향했었다.

…테레사 수녀의 장례식에서 캘커타 대주교가 기도문을 낭독할때 뭄바이 대주교는 시신에 성수 (聖水) 와 향 (香) 을 발랐으며, 그녀의 영혼을 신에게 맡긴다는 기도문 대목에서는 사랑의 선교회 수녀 1백여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내곁에 머무르소서" 라는 찬송가를 합창했다.

특히 회교.힌두교등 여러 종교집단 대표들이 한 목소리로 테레사 수녀의 죽음을 애도해 장례식장은 보기드문 종교 초월의 장이 됐다.

…이날 장례식에는 테레사 수녀의 조카딸 아지 보야주 (50) 와 그 아들이 참석했다.

이 조카딸은 테레사 수녀의 오빠 라자르의 딸로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데 "어릴적 테레사 수녀의 모습은 기억하지 못하며 20세때 로마에서 처음으로 고모인 수녀를 만났다" 고 회고.

캘커타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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