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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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순 (趙淳) 민주당총재를 정식 대통령후보로 추대한 11일 민주당 전당대회는 8천여명의 참석자들이 행사장인 서울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우는등 뜨거운 열기속에 진행됐다.

그러나 당초 관심을 끌었던 영입대상 인사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예비역장성 상당수가 모습을 나타내 주목을 끌었다.

趙총재가 후보로 선출되는 순간 무대뒤에 설치한 화산모형이 레이저빔에 의해 폭발, 분출하자 당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당직자들은 "그동안 참아왔던 민심이 趙총재의 후보등장과 함께 활화산처럼 분출할 것"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趙총재는 또 서울시장 선거때의 캐치프레이즈였던 '젊은 조순' 의 이미지를 이번 대선에도 활용한다는 전략아래 무대위에서 시민대표들과 함께 '젊은 그대' 라는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는등 뜻밖의 이벤트를 연출. 한편 이날 전당대회는 당초 오후2시부터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TV생방송을 반드시 타야한다" 는 측근들의 제안으로 방송국 사정에 따라 오후5시30분으로 연기됐다가 다시 오후4시로 조정되는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趙총재는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수락연설문에서 상당부분 제시했다.

"30% 조금 넘는 지지를 얻은 대통령으로는 국가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없다" 는 점을 강조한 것등은 趙총재가 '뜻이 맞는' 후보와 추후 협상을 통해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

이는 넓게는 신한국당 민주계, 좁게는 책임총리제를 주창해온 이인제 (李仁濟) 경기지사를 의식한 것이라는 얘기다.

趙총재는 이때문에 10일 오전까지만 해도 '내각제에 준하는 권한을 총리에게 부여하는 제도' , 즉 책임총리제를 명시해 발표하는 쪽으로 초고까지 작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가 10일 기자회견에서 '책임총리제' 를 선수치고 나오는 바람에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며 급거 완곡한 표현을 쓰는 선으로 후퇴했다는 것. 어쨌든 趙총재측으로선 일단 외형적으로는 10월초께까지 TV토론등을 통해 지지율을 20%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물밑에서 다양한 연대를 모색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 세 (勢) 과시 측면에서도 외부영입 인사의 입당을 적극 추진하면서 당 내부분열도 단속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그는 "어떤 연대도 내가 중심이 돼야한다" 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趙총재가 스스로 각종 연대의 중심이 되기 위해선 일단 힘을 길러야 한다.

앞으로의 한달이 '정치인 조순' 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가름할 것같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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