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적 타당성부터 따져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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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수도 이전에는 돈이 얼마나 들까. 이전의 효과는 어느 정도며, 미래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정부는 이런 경제적 득실을 따져봤는지, 그리고 그 비용은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일사천리로 추진되는 수도 이전을 보면서 궁금한 게 하나 둘이 아니다.

정부는 수도 이전에는 45조6000억원이 들며, 이중 국가 부담은 11조3000억원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허점이 많다. 45조원은 인구 50만명이 살 2300만평의 개발 비용에 불과하다. 당장 평당 20만원으로 잡은 보상비를 땅주인들이 수용할지 의문이다. 새 청사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수도로 잇는 도로 등을 만들려면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하다.

뿐인가. 정부는 국가기관의 대규모 지방이전과 전국에 20여개 신도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도 많은 돈이 든다.

엊그제 발표한 '국가 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는 향후 5년간 116조원이 필요하다. 인구 이전에 따른 부대비용과 사회적 코스트는 따져 봤는지, 서울에 금융.정보.경제 기능을 남겨둘 경우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비게 될 행정.공공기관 건물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퇴출 계획'은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충분한 타당성 조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신뢰성이 없다. 이전 비용은 계속 말이 달라지고, 각종 지역 균형발전 계획도 제각각 따로 노는 느낌을 준다.

외국의 경우 많은 나라는 장기간에 걸쳐 정교한 계획을 세우고도 수도 이전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 하물며 우리처럼 단기간에 주먹구구 식으로 진행되면 그 부작용은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정부는 먼저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청사진부터 제시해야 한다. 돈은 얼마나 들며, 이 돈은 어떻게 마련하며, 수도를 옮길 경우 어떤 경제사회적 득실이 있는지 밝히고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도 한국의 미래를 위해 이 돈을 수도 이전에 쏟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다른 방법은 없는지 타당성을 따져본 후 이전을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