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용 탈락 교수 9명 첫 구제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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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용 과정에서 탈락한 교수 9명이 사상 처음으로 구제됐다. 복직하거나 대학 측의 재임용 심사를 다시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 소속 교원징계재심위원회는 18일 대학 측의 재임용 탈락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한 S대 전임강사 K씨 등 9명에 대해 재임용 탈락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대학은 재심위의 결정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

이들 중 K씨는 복직되며, D대 전임강사 L씨 등 8명은 대학 측의 재임용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재심위는 K대 H교수의 재임용 탈락 취소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임용 심사기준 및 심사과정이 다소 미흡한 점은 있지만 대학 측의 결정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의미=재심위에 따르면 K씨는 소속 학장의 재임용 제청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재임용을 거부당했다.

L씨 등 8명의 경우 인사규칙을 만든 이사회의 절차상 하자 등이 문제가 됐다.

의결 정족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소집돼 인사규칙을 만들었으며, 재임용 탈락자에 대해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심위는 앞으로도▶대학 측의 합리적인 재임용 심사 기준 마련▶심사과정에서 정당한 절차 준수▶공정한 평가 실시▶충분한 소명 기회 부여 여부 등을 따져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을 구제할 방침이다.

구관서 재심위원장은 "재임용 여부는 인사권자의 권한이지만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이번 결정이 대학의 재임용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제 배경.전망=지금까지 교수 재임용 탈락은 임용권자인 대학 측의 재량행위로 인정돼 왔다. 이에 근거해 대법원 등은 "재임용 탈락은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다"며 재임용 탈락 취소 청구 소송에서 '각하'판결을 내렸다. 재심위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이런 재임용 관련 규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어 지난 4월 대법원도 서울대 김민수 교수의 재임용 거부 처분 취소 청구사건에서 종전 판례를 바꿔 재임용 탈락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재심위도 재임용 탈락 교수들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교육부는 재심위에 한시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1975년 이후 기간제.계약제 임용과정에서 탈락한 교수 440여명을 재심사하기로 하고 관련 법을 개정 중이다.

문제는 한번 각하 결정을 받은 재임용 탈락 교수에게 재심사를 허용하는 입법을 할 경우 새 법의 효력이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기 이전 사건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이다. 이미 다른 교수를 뽑은 대학들은 이로 인한 불이익을 볼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금전적 보상을 하거나 특정 기간 내 재임용 탈락자를 심사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법무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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