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대표, 불법 정치자금? 일본 정계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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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둔 일본 정치권이 불법 정치자금 수사로 발칵 뒤집혔다. 차기 총리 0순위로 꼽히는 제1야당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연루 가능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집권 여당 측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기대와 함께 여론의 정치 불신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표적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오자와 대표의 자금담당비서 체포=사건의 발단은 도쿄지검 특수부가 3일 오자와 대표의 정치자금 관리단체인 리쿠산카이(陸山會)를 대상으로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것.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 단체의 회계책임자이자 오자와 대표의 비서인 오쿠보 다카노리(大久保隆規)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니시마쓰(西松) 건설의 전 사장인 구니사와 미키오(國澤幹雄), 이 회사의 전 총무부장 오카자키 아키후미(岡崎彰文) 등 3명을 체포했다.

일본의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당수(左)가 3일 마스크를 쓴 채 당사를 나서고 있다. 일본 경찰은 이날 오자와의 정치자금을 관리하는 회계책임자 등 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도쿄 AP=연합뉴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오쿠보 비서는 2003~2006년 니시마쓰 건설의 불법 정치자금인 것을 알면서도 이 건설사의 퇴직 간부가 대표로 있는 정치조직 2곳으로부터 2100만 엔(약 3억3000만원)을 받았다. 검찰 측은 오쿠보가 이 과정에서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를 허위로 기재했다고 보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신정치문제연구회’와 ‘미래산업연구회’는 모두 2006년에 해산한 단체다. 니시마쓰 건설의 전직 관계자에 따르면 니시마쓰 건설은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국회의원의 정치단체에 헌금하는 시스템을 가동해 왔다. 퇴직 간부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 등을 통해 국회의원 측에 자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 오자와가 대표를 맡고 있는 정당 지부인 ‘민주당 이와테(岩手)현 제4구 총지부’도 두 단체로부터 각각 700만 엔과 300만 엔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니시마쓰 건설의 자회사인 쇼이에(松榮) 부동산에서도 2001년부터 3년간 오자와 대표 측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 일본의 정치자금규정법은 타인 명의로 헌금을 받거나 기업이 정당을 제외한 단체에 헌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진실 규명해야” vs “정치적 음모”=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이날 마스크를 쓰고 급거 당사로 돌아온 오자와 대표는 간부회의를 열어 “무언가 소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정치자금은) 모두 확실하게 처리했다.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간사장은 “오자와 대표는 모든 자금 수입과 지출을 명확히 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며 “이것은 분명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일부 젊은 의원을 중심으로 오자와 대표의 퇴진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오자와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이번 수사는 아소 다로 정권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이르면 다음 달 말 치러질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소 총리 지지율은 11%에 그쳤다. 일부 조사에서는 오자와 대표의 지지율이 40%를 넘어 민주당의 집권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

자민당의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간사장은 “사실 여부는 사법당국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심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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