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준비? 올림피아드·토론·발표력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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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과학고까지 영재고로 전환되면서 올해 영재학교 입시는 사상 최고의 경쟁률이 예상된다. [중앙포토]

“올해는 2단계 전형에서 지난해(1.5배)보다 늘어난 2배수의 합격자를 뽑을 예정이다.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지를 평가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책 많이 읽은 학생이 단연 유리할 것이다. 농촌 지역을 직접 방문해 학생의 영재성을 테스트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특정 분야 영재를 선호한다는 본교의 방침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생물이나 화학 등 한 과목에 집중해 합격한 학생은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한다.” (한국과학영재학교 권장혁 교장 )

“전통적으로 수학·물리 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이 본교 입학전형에 강세를 보였다. 과열양상을 보였던 지난 전형을 보완하기 위해 내신 지원 하한선을 둘 예정이다. 창의력과 표현력이 좋은 학생이 많이 뽑혔다. 역시 독서가 중요하다. 자신의 능력을 적절하게 표현해 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올해는 지역 안배에도 신경 쓸 것이다. 소외계층이나 농어촌 지역 영재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배려하겠다.” (서울과학고 홍달식 교장)

경기과학고가 영재학교로 전환돼 올해 처음 신입생을 모집한다. 아직 선발인원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120명 선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영재학교 총 모집인원은 384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재학교는 과학고와 달리 내신 성적이 당락을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 다단계 전형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신을 측정하는 1단계 서류전형에서도 크게 내신, 올림피아드 수상 실적, 각종 실적 평가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 항목에서 특기적 재능이 있다면 합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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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권 합격자를 분석해본 결과 과학고의 경우 25개 구에서 비교적 골고루 합격자를 냈다. 반면 영재학교는 강남(25.5%), 노원(17.3%), 양천(15.5%)구에 편중돼 있고 합격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구가 5개나 된다. 학년 구분 없이 학생을 선발하는 영재학교는 사실상 내신을 보지 않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선발시험을 살펴보면 수학은 중등 심화과정, 과학 과목 중 적어도 물리와 화학은 Ⅱ, 생물과 지구과학은 Ⅰ과정 이상의 학습이 필요하다. 난이도에서는 학교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한국영재교의 경우 복잡한 조건을 제시하고 긴 시간 동안 해석해 푸는 문제를 선호하는 반면 서울과학고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문제를 푸는 올림피아드 유형의 문제를 출제한다.

영재학교 전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올림피아드 수상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합격자 중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최소 1개 부문 이상 수상자가 서울과학고 81.7%, 한국영재교 68.8%로 나타났다. 올림피아드 실적이 없는 중3 학생도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해 최소 1과목 동상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것이 유리하다.

영재학교 대비에 필요한 또 하나의 유의사항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최종단계 전형인 캠프 전형과 인성 면접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 능력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실험과 탐구보고서 작성 등의 평가과정이 있어 기본적인 실험도구 사용법과 실험 설계, 결과 예측, 해석, 결론 도출 등 탐구 과정에 대한 숙달도 필요하다.

김지혁 기자

2010학년도 입시전형(안) 요약

 ◆ 한국과학영재학교= 올해부터 KAIST에 무시험 전형(100명)으로 진학이 가능하다. 1단계 서류전형,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3단계 과학캠프(심층면접 포함)로 전형을 실시한다.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는 서울과학고의 3단계 전형보다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44명 모집에 2654명이 지원해 1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 서울과학고= 총 4단계의 전형이 실시된다. 1단계 서류전형, 2단계 영재성검사, 수학능력평가(수학·과학), 3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4단계 과제 수행능력 평가 및 면접(과학캠프)이다. 2단계 전형에서는 수학·과학적 재능 외에도 언어와 논리 분야의 문제도 출제된다. 교육청 영재교육원의 영재성 검사와 비슷한 유형이다. 지난해 120명 모집에 2025명이 지원해 16.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 경기과학고= 지난해 경쟁률이 일반전형 2.57대 1, 특별전형 3.7대 1로 전년도보다 떨어졌다. 서울과학고의 영재학교 전환으로 상위권 학생 이탈의 영향이 컸다. 경기과학고의 수학 구술시험은 전국 과학고 중에서도 최고의 난도를 보여 왔다. 출제 유형 역시 올림피아드 유형과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들이 혼합돼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형 방식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통적으로 서울과학고와 경쟁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유형의 전형 방식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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