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중 노조 비난 포스터 배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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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을 회사에 위임한 현대중공업 노조를 공격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협상을 회사에 위임한 것을 비난하는 포스터 5만4150부를 만들어 전국의 산하 노조에 발송했다. 이 포스터는 두 종류로 돼 있다. 금속노조는 ‘위기 국면 3~4년 지속, 노동조합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라는 제목의 포스터에서 “현중 노조는 노조이기를 포기했다. 현대중 노조가 임금협상도 없이 회사에 위임한 것은 민주노조운동 씨를 말리기 위해 회사와 짜고 치는 술수”라고 비난했다. 금속노조는 다른 포스터에서 “현중 노조는 회사 요구를 전달하는 막가파식 노조” “현중 노조 정신 없는 짓 또 저질러” “결국 이용당하다 버림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한 간부는 “현중 노조의 행동은 사측과 손잡고 현대계열의 미포조선·삼호중공업 같은 다른 회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기획프로젝트라는 인상이 짙다”며 “다른 회사 파급을 막고 노조 본연의 자세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또 2~3일 이틀 동안 조선분과 대표자회의를 소집했다. 여기서 ▶현대중공업 관련 대응 방안 ▶조선분과 구조조정 대응건 등을 논의한다. 조선분과에는 현대미포조선·삼호중공업·대우조선·한진중공업·STX조선 노조가 소속돼 있다.

현대중공업 오종쇄 노조위원장은 “전 조합원과 대의원이 만장일치 결의로 결정한 사안을 어용노조 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은 노조와 조합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명예훼손 혐의로 금속노조를 3일 고발하고 민사소송도 제기하기로 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지난달 26일 ▶모든 해고 금지 ▶주35시간 노동 ▶정규직 5.9%, 비정규직 20.8% 임금 인상 ▶대기업 잉여금 사회 환원의 내용을 담은 교섭요구서를 노조가 속한 각 기업에 보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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