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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사령관 '북한 도발징후 24시간前 포착' 발언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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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전면 도발징후 파악에 군지휘부가 관심을 쏟고 대응에 부심하는 것은 북한이 최근 남침방법을 달리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은 전차와 자주포등으로 편성된 후방주둔 대규모 기동군단을 전방으로 이동시킨 다음 본격적인 남침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들어 북한군은 현 배치상태에서 일단 기습남침, 한.미연합군의 전열을 흐트러뜨린뒤 제2제대라 불리는 북한군 기동군단을 밤새 움직여 아군의 취약부분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때문에 한.미연합군이 전쟁징후를 거의 파악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었다.

특히 한.미연합군이 북한군의 기습을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군이 5천t의 화학무기를 아군에 퍼부을 경우 치명상을 입게 되고, 결국 전세가 매우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전쟁징후 예측이 초미의 관심사가 돼 왔다.

특히 국제기구등의 식량지원에도 불구하고 식량난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경제회생도 기대하기 어려운 북한의 현실이 도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돼 조기경보의 필요성이 어느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군부가 사회를 통제하는 준계엄상태의 북한이 이판사판식 남침을 선택할 소지는 어느때 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최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무경고 상태에서의 기습공격을 해 올 경우를 상정한 모의연습을 실시한바 있다.

합참이 워게임 (war game) 을 통해 아군의 피해를 산출해본 결과 전방에 배치된 병력의 3분의 2까지도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왔고, 그래서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틸럴리 한미연합사령관이 '최소한 12~24시간전에는 전쟁징후를 알 수 있다' 고 언급한 것은 이런 한국군 지휘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물론 북한에 대한 경고적 의미도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장병들이 미리 화생방 보호의와 방독면만 착용해도 그 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조기경보만 이뤄진다면 북한군의 예봉을 차단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남침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면 수도권과 남한의 주요시설을 겨냥하고 있는 북한의 스커드미사일과 1백70㎜.2백40㎜ 장사거리포및 공군기지를 미해군의 토마호크와 한미연합사의 공군력으로 타격할 수 있어 우리쪽의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전쟁징후가 포착되면 오키나와 (沖繩) 주둔 공중조기경보기 (AWACS)가 발진, 북한 공군기의 움직임을 샅샅이 파악할 수 있고, 일본 요코타 (橫田) 미 공군기지의 전투기들이 미리 한반도에 전개해 북한군을 견제할 수 있다.

또 휴전선을 넘어오는 북한 공군기를 요격할 태세를 갖출수 있으며 동해와 태평양및 일본 요코스카 (橫須賀) 항 주변에 있는 미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이 한반도 해역에 도착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어 합동참모본부와 정부부처등 전쟁지도부가 전열을 정비, 동원령을 선포해 예비군을 비롯한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장비를 동원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얼마만큼 전쟁징후를 빨리 포착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가져 오게 된다.

주민들을 안전지대로 소개 (疏開) 시키고 도로와 주민이동을 통제해 병력과 군장비 이동로를 확보하는 것등은 중요한 전쟁요소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김민석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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