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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시장·이인제지사 대선행보에 서울·경기행정표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 3일 오전7시쯤. 지진이 난듯 도로가 꺼져버려 출근길 대혼란이 벌어진 서울성북구종암2동 지하철6호선 공사장. 지하 굴착중인 터널이 무너져 내리면서 지반이 점차 내려 앉고 있다는 경고방송이 서울시산하 교통방송을 통해 나오고 있었던 시각. '시민 안전' 을 시정의 최우선으로 삼아왔던 조순 (趙淳) 서울시장은 출근전 다음날 방송될 모방송국의 아침프로 녹화 촬영에 열중하며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같은 날 이인제 (李仁濟) 경기도지사는 "다음주 초께 도지사직 사퇴여부를 결정하겠다" 고 밝힌뒤 도정과 무관한 서울의 주한 영국대사관을 찾아 고 (故) 다이애나 왕세자비 분향소에 조문했다.

대선 출마선언후 민주당 총재직을 겸임하게 된 서울시장과 대선행보를 위해 임기 10개월을 남겨놓고 사퇴설이 무성한 경기도지사의 하루는 이처럼 지방자치행정과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초대 민선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되면서 시.도민들에게 약속한 각종 야심찬 시책들이 마무리되지 못한채 행정표류 사태가 지속되고 있어 시민들은 "어렵게 피워낸 지자제의 싹을 짓밟는 무책임한 행위" 라며 분노하고 있다.

서울시의 버스비리 파문 이후 10여개월 이상 趙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되던 공영버스 운영등 버스개혁이 趙시장의 대선출마 선언 이후 시의회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또 임기내 실현하겠다던 신청사 건립후보지 확정은 미8군의 이전과 맞물려 확정조차 안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지난해 적립된 3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기금은 낮잠을 자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대선출마 선언후 7월22일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때까지 도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李지사는 최근에는 대선출마를 위한 저울질로 도정을 소홀히 하면서 장기적인 행정공백 상태를 불러오고 있다.

李지사가 취임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중기종합지원센터.북부지역 무공해산업단지 조성등은 착수만 된채 진전이 없고 하남 경전철사업, 수원과 인천.분당.오산등 경전철사업등 50개 사업이 착공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단체장들이 이처럼 '잿밥' 에만 정신이 팔려있자 시.도 공무원들은 가급적 민원이 야기되는 사업추진을 미루는등 복지부동도 심각한 상태다.

서울시의 경우 20년 이상 도시계획으로 묶어놓은뒤 보상을 않고 있는 장기미집행시설에 대한 일제 정비가 연기를 거듭하다 趙시장 임기내 실현이 불가능해졌다.

경기도도 장기 출타하는 李지사가 월요일마다 몰아치기식 결재를 일삼아 공무원들에게 '월요일 = 결재일' 이란 유행어까지 버젓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趙시장과 李지사는 "사퇴하는 날까지 행정에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해명하고 있다.

참여연대 지방자치센터 김민영 (金旻盈) 부장은 "단체장들의 외도로 지방자치제도가 착근도 되기전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면서 "단체장들의 도중하차로 인한 행정공백을 야기하지 못하게 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문경란.정찬민.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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