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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항공기 추락사고]아내·장인 함께 잃은 캄보디아 정강현 참사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프놈펜 = 특별취재팀] "아빠는 발만 봐도 알아…. " 프놈펜 중심가 칼메트 병원의 임시 영안실. 시신의 부패를 방지키 위해 엄청나게 발라놓은 포르말린의 매캐한 냄새로 눈이 따가운 10평 남짓의 한국인 영안실을 유족으로선 혼자서 지키고 있는 캄보디아대표부의 정강현 (鄭康鉉) 참사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고당일인 3일 아내와 장인 어른의 시신은 찾았는데 도저히 아들 영화 (永和.13) 만은 찾을 수가 없었어요. " 혹여 추락시 먼곳으로 퉁겨 나갔을까 사고지점인 토마골 마을을 이 잡듯 뒤졌지만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날이 저물고 수색작업이 잠시 중단돼 일단 집에 돌아왔지만 鄭참사는 자꾸 어디에선가 '아빠' 를 부르는 영화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4일 새벽 현장. 다 타버려 알아볼 수 없는 한 작은 시신의 발에 그의 눈이 멈췄다.

캄보디아의 정정 (政情) 불안으로 아내와 아들등을 서울로 떠나 보내기 전 퇴근하면 피곤에 지친 그를 졸라 씨름을 할때 서로 밀고 당기면서 '눈에 익었던' 아들의 두 발이었던 것이다.

아들임을 직감한 鄭참사는 그만 진흙탕이 돼버린 논두렁에 무너지듯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영화야, 아빠가 널 죽이고 말았구나. " 가족들이 너무나 보고싶어 캄보디아 정세가 진정기미를 보이자 서둘러 다시 캄보디아로 불러들인 것이 결국 화를 자초했다는 자책감에 鄭참사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그는 속옷을 보고 확인한 장인의 시신 앞에서 다시 한번 오열했다.

"아버님, 첫 해외 나들이를 시켜드린다는게 그만 이렇게 되고 말았군요. " 강당을 개조, 임시로 만들어 놓은 칼메트 병원의 영안실에서 넋을 잃은채 밤을 하얗게 새운 鄭참사의 애끓는 속은 아랑곳않는듯 바깥에는 열대 소나기 스콜이 장대비를 뿌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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