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통화위기 심화…각국 긴급수습책 효과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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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동남아 통화위기가 각국의 주가 급락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 통화및 주가 하락을 막기위해 긴급 수습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런 수습책 발표에도 불구, 말레이시아 링깃.인도네시아 루피아.필리핀 페소화등은 4일 외환시장에서 다시 사상최저치를 경신하는등 동남아 통화위기는 여전히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번주초 이틀간 주가가 7%나 폭락하자 3일밤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링깃화와 주가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6백억링깃 (약18조원) 의 부양기금을 마련해 통화및 주가 부양에 나서겠다." 고 발표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정부투자기관인 '카자나 나시오날' 이 채권발행을 통해 3백억링깃을 조성하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기구가 맡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마리 무하마드 재무장관도 이날 자카르타에서 자국의 루피아화 폭락 사태를 협의한 월례 각의가 끝난후 기자회견을 갖고 "통화위기 타개를 위해 곧 10개부문의 경제구조 조정이 단행될 것" 이라고 밝혔다.

무하마드 장관은 이번 경제구조 조정에 ▶긴축 금융정책 완화 ▶정부지출 삭감 ▶정부투자 사업 재조정 ▶수출규제 철폐 ▶사치품에 대한 관세 강화등이 포함되고 ▶현재 49%까지 허용되고 있는 외국인 주식보유 한도를 철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같은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루피아화는 이날 한때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3, 030루피아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4일 들어서도 달러당 3, 060루피아까지 폭락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도 4일,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3.0000링깃 (전날 2.9950) 선까지 떨어졌으며 태국 바트.필리핀 페소화등도 이날 다같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등 동남아 통화위기는 수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최근 동남아 통화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인도 수출업계는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국통화인 루피의 가치를 낮추도록 정부에 촉구했다.

인도수출업자연합 (FIEO) 의 라무 데오라 회장은 "동남아 통화가 최근 평가절하됨에 따라 지난 4~7월중 인도 수출은 전년동기비 2%미만의 미미한 증가율을 기록, 이 기간중 무역적자가 18억달러나 발생했다." 며 "따라서 지난 2일 현재 달러당 36.48루피인 루피화 가치를 달러당 40루피 수준으로 낮춰야한다." 고 주장했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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