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라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 뇌사판정후 장기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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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76년부터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로 재직해온 이미라 (李美羅.50.여) 교수가 세상을 떠나면서 장기를 기증, 감동을 주고 있다.

중앙대 용산병원에서 뇌암으로 투병하던 李교수가 지난달 29일 뇌사판정을 받자 가족들이 평소 李교수의 뜻에 따라 심장.콩팥.각막을 기증한 것. 각막은 하루 뒤인 30일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쳐 두 명이 빛을 보게 됐고 심장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콩팥은 암세포가 발견돼 이식되지 못했다.

李교수가 투병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시력이 갑자기 나빠져 병원을 찾았다가 암세포가 뇌하수체 부근까지 퍼졌다는 '사형선고' 를 받았다.

이때부터 李교수는 기회 있을 때마다 가족에게 자신이 죽으면 장기를 기증해달라고 당부했다.

"비록 육신이 사라지더라도 다른 생명이 살아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는 설명이었다.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누에치기 기술을 전수해주는 봉사활동을 하던 남편 민병훈 (閔丙勳.53) 씨가 급히 귀국하는등 가족의 헌신적인 간호도 허사였고 李교수는 결국 1일 한줌의 재가 됐다.

李교수의 제자인 중앙대 용산병원 조진경 (趙珍京.36) 간호사는 "소년원등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쳐온 교수님은 마지막까지 남을 위해 살다 가셨다" 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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