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점 여주인 납치 용의자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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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 여주인 납치 용의자 정승희씨가 28일 저녁 서울 양천경찰서에 체포돼 들어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서울 시내 도처에서 모조지폐를 유통시킨 제과점 여주인 납치사건의 용의자 정승희(32)씨가 붙잡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8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고강본동의 한 쪽방에 은신해 있던 정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납치 사건이 발생한지 18일만이다. 경찰은 제보를 받고 정씨의 은신처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공범 심모(28·구속)씨와 함께 서울 내발산동의 한 제과점에 침입해 여주인 A씨를 폭행하고 승용차로 납치한 뒤 현금 7000만원을 뜯어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7000만원 어치의 모조지폐를 활용해 납치범들을 검거하는 작전을 썼다. 그러나 이들을 검거하는데 실패했고 모조지폐 7000만원은 용의자들의 손에 넘어갔다.

특히 모조지폐는 조잡하게 만들어져 금새 식별이 가능하다는 경찰의 당초 발표와 달리, 중앙일보 취재 결과 진폐와 구별하기 힘들 만큼 정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정씨를 붙잡은 경찰 관계자는 "모조지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라며 "정씨의 진술을 들어 보고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천에서 서울 양천경찰서로 압송된 정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조지폐는 불태웠다"고 말했다

용의자 정씨는 달아난 이후 수사용 모조지폐를 수 차례 유통시켜왔다. 경찰은 모조지폐가 대량 유통될 경우 시장과 상거래 질서에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18일 정씨의 얼굴사진과 신상정보 등을 알리며 공개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수사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 지난 22일엔 중랑구 망우동의 한 슈퍼마켓에서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확인한 결과, 제과점 주인 납치사건 때 수사용으로 사용한 것과 같은 일련번호 'EC1195348A'의 모조지폐인 것으로 드러났다. 21일에도 모조지폐가 유통됐다. 이날 오후 5시쯤 종로3가의 한 복권방에서 누군가가 1만원권 1장을 사용해 복권을 구매했다. 복권방 주인은 이 돈을 보관하다 23일 은행 입출금 과정에서 모조지폐임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모조지폐의 첫 유통은 지난 17일 오후 4시20분쯤 서울 종로 3가에 있는 포장마차에서였다. 당시 30~40대 가량의 남성이 어묵을 먹고 모조지폐 1만원권 1매를 지불하려다 잔돈이 부족해 손님으로 온 최모(36)씨가 5000원권 2매로 교환해줬다. 최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1만원권과 대조해본 결과 색감과 재질이 이상하다고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는 이날 오후 6시15분쯤 모조지폐 700장(700만원)을 사용해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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