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어디서든 당당할 거야” 어린이 독립군 동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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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940년 열두 살 동규

손연자 글, 김산호 그림, 계수나무
232쪽, 1만1000원

 『마사코의 질문』으로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고통을 그려냈던 작가가 다시 같은 시대를 다룬 동화를 펴냈다. 1940년대. 아픈 역사의 끝자락에서 독립의 희망을 지켰던 동규 가족의 이야기다. 작가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진지하다. 일제의 무자비함과 비열함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민족의식을 일깨웠다. 그 방식이 사뭇 직설적이다.

할아버지는 어린 동규를 앞에 두고 “거슬러 살지 않으면 길들어 살게 된다”고 말했다. 또 “어린 너희들의 정신이 살아있어야 나라가 산다”면서 “어디서든 조선사람으로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할아버지의 뜻은 동규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독립군 연락병이 돼 첫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는 날. “빈손 맨주먹인들 무서울 게 무어냐”며 동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이야기는 우울하다. 좋은 동네, 좋은 집은 일본 사람 차지였다. 동규 친구 재서의 엄마는 일본인 집에서 3년 째 식모살이 중이다. 아들 또래의 아이에게 “하이, 오보짱(예, 도련님)”하며 절절매는 재서 엄마를 보고 동규는 마음이 언짢았다. 그뿐인가. 민속무예 태껸을 하다 순사에게 들키면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된다.

유쾌한 성장소설, 황당한 판타지에 익숙한 아이들이 선뜻 손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작가도 이를 우려한 듯하다. “역사는 덮으라고 있는 게 아니라 돌아보고 반성하며 앞날을 내다보라고 있는 것”이라며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렀는지 똑똑히 알리려고 밤잠을 설쳤다”고 밝혔다. 3·1절을 맞아 특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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