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새물결]종금사 차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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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근 온나라를 뒤흔든 금융위기의 진원 (震源) 은 종합금융회사들이었다.

대기업들의 잇딴 부실화로 대내외 신용도가 추락하면서 종금사들이 부도위기에까지 몰리면서 금융시장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땅짚고 헤엄치기' 식의 장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던 종금사들은 제일은행등 부실화된 은행들과 함께 일시에 '골칫거리' 로 변하고 말았다.

그러나 종금사들간에는 종금업계 전체를 도매금으로 몰아붙이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

한 종금사 관계자는 "종금사 가운데는 자금이나 순익면에서 나무랄데 없는 회사들도 많다" 고 항변한다.

모두 망해간다기 보다는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상당수의 종금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A종금사의 경우 5백만~2천만달러에 달하는 외화자금을 하루짜리로 다른 종금사에 빌려주고 있고, 1천억~2천억원 가량을 콜시장에서 운용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요즘 같은 난리통에 A사가 여유를 보일수 있게 된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탄탄한 대주주와 건전한 경영상태, 무리없는 국제영업등이 그것이다.

이제는 종금사와 거래하는 금융기관이나 기업.개인들도 이같은 요인들을 따져가며 자금을 빌려주고 예금을 한다.

S.C.H등 대부분의 은행은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 종금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메기고 있다.

S은행의 경우 처음부터 종금사로 출발한 6개사와 재벌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전환종금사만을 거래 (원화.외화)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H은행은 기존종금사중대주주가 부실한 S사를 제외한 5개사만을 거래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종금사들이 최근 은행들로부터 콜자금을 못받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종금사의 예금거래처중 '큰손' 격인 연기금등은 한 술 더뜬다.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들은 최근 서로 정보교환망을 구축, 종금사에 대한 신용평가를 나름대로 하고 있다.

개인고객들도 거래종금사의 대주주를 꼼꼼이 따진다.

B종금사 관계자는 "외국에 거주하는 거액 예금주들이 대주주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예금규모가 수십억원대인 모씨는 J종금에 있던 자금을 S종금으로 옮겼다가 후회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S종금의 대주주를 잘나가는 S은행으로 잘못 생각했던 탓이다.

이런 이유로 인한 종금사의 차별화는 대략 3개 그룹으로 나뉜다.

우선 70년대 중반 외국금융기관과 합작해 설립된 6개 선발종금사는 큰 어려움 없이 영업을 해나가고 있다.

전환종금사 가운데서도 재벌그룹등 탄탄한 대주주를 배경으로한 3~4개 종금사 역시 견딜만 하다.

대주주가 취약하거나 부실규모가 많은 지방종금사와 일부 서울 전환종금사들의 어려움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차별화 현상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특정 종금사의 부실화가 기업 부실과 종금사 연쇄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H종금은 최근 언론에 '다른 종금사와 다르다' 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가 동업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는가 하면 사장단 회의에서 차별화 광고등을 자제하자는 논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금업계에서는 이같은 차별화 현상이 필연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종금사 관계자는 "기업에 미칠 충격을 감안할때 종금사가 부도가 나서는 안되겠지만 차별화는 가속화 될 것" 이라며 "결국 합병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고 말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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