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산책] 장대높이뛰기 '마의 4m' 넘은 최윤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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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별선수권대회가 끝난 23일 오후 최윤희 선수가 광주시 염주동 월드컵경기장 부근 유채밭에서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광주=양광삼 기자

"한 5000만원쯤 되나 봐요. 그런데 엄마가 한 푼도 못 쓰게 해요."'러시아의 미녀 새' 이신바예바의 별명을 따 '한국의 미녀 새'로 불리는 최윤희(19). 한국 여자장대높이뛰기의 '희망' 최윤희는 요즘 훈련이 힘든 줄 모른다. 뛰었다 하면 한국신기록이고, 포상금이 고스란히 통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대한육상연맹은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는 선수에게 500만원(지도자는 250만원)씩의 포상금을 주고 있다. 최윤희는 19일 광주에서 열린 전국 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마(魔)의 4m'를 넘었다. 김제 금성여중 1학년 때인 1999년 장대를 잡은 이후 12번째 세운 한국신기록이었다.

◆ 나도 돈 쓰고 싶은 대학생

"그동안 얼마나 모았느냐"고 묻자 최윤희는 입을 삐죽거린다. "돈은 엄마가 다 관리해요. 대학생이 되니까 옷이나 화장품도 사고 싶고, 쓰고 싶은데도 많은데 엄마가 안 줘요." 다분히 투정하는 투다. 김제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나중에 딸의 혼수비용으로 쓰기 위해 모조리 저축하고 있다고 한다.

최윤희는 올해 김제여고를 졸업하고 공주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했다. 예쁜 옷도 입고 싶고, 친구들과 재잘대며 미팅도 하고 싶은 대학 새내기다. 그러나 학과 공부와 바쁜 훈련 일정 때문에 엄두를 못 낸다. 게다가 "감독(이원) 선생님이 남학생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해 평범한 대학생활은 단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럴 땐 운동한 게 후회가 되죠. 기록이 잘 나와 상 탈 땐 보람도 느끼지만…."

◆ 역시 이신바예바는 달랐다

최윤희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볼고그라드로 날아갔다. 세계기록(4m92㎝) 보유자인 이신바예바의 훈련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옆에서 보니까 조주(도움닫기)부터 달라요. 체력을 많이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귀국 후 최윤희는 겨울 내내 웨이트 트레이닝에 주력했다. 전에는 턱걸이를 한 번밖에 하지 못했지만 이젠 여덟 번까지 할 수 있다. 근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지금 페이스라면 1~2년 안에 4m40㎝까진 넘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심스럽지만 자신있는 표정이다. 현재 아시아기록은 4m52㎝(가오슈잉.중국)지만 4m40㎝라면 아시아권 대회에선 1, 2위권이다.

◆ 이중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최윤희는 지금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공주대에 장대높이뛰기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중엔 학과 공부와 스피드 훈련을, 주말엔 전주공설운동장에서 장대 훈련을 한다. 그런데 왜 공주대를 택했을까. 여자장대높이뛰기가 전국체전 정식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라북도와 전북대가 입학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육상연맹은 곧 최윤희를 해외로 전지훈련을 보내거나 외국의 유명 지도자를 초빙해서 지도하게 할 계획이다. 최윤희의 목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 진출해 세계 무대에 이름을 날리는 것이다.

광주=신동재 기자<djshin@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 최윤희는

▶ 출생=1986년 5월, 전북 김제

▶ 가족=아버지 최길용(53), 어머니 김희례(49)씨의 4녀 중 둘째

▶ 체격=1m71cm, 59kg

▶ 학교=김제 중앙초교-금성여중-김제여고-공주대

▶ 취미=음악듣기, TV보기

▶ 주요 성적=1999년 가을철 종별선수권 우승(중1) 이후 전국대회 22회 우승, 12차례 한국신기록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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