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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학가 벤처 창업 동아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강대 중앙도서관 3층 301호. 이 대학 벤처동아리 '블랙박스' 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

워크스테이션급 컴퓨터 3대와 프린터, 그리고 스캐너가 이 연구실에 있는 장비의 전부. 3평 남짓 좁은 방안 벽에는 '월간 사업계획표' 와 대학생 벤처창업대회등의 벤처관련 행사포스터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고 한쪽 구석 책장에는 벤처관련 서적들이 빼곡이 꽂혀 있다.

빌 게이츠의 자서전 '미래로 가는 길' 에는 회원들의 손때가 거무스레 묻어 있다.

45명 회원들의 대표인 물리학과 4년 우제근 (禹濟根.28) 씨는 "우리는 학생이지만 프로를 지향한다" 고 말했다.

禹씨는 졸업후 친구들과 함께 인터넷 무역회사를 차리기로 약속해 놓고 있다.

이들이 연구실에서 밤을 밝히며 연구하는 주제는 기계공학과 석사과정 학생들이 중심이 된 '비전시스템' 개발과 인터넷 전자상거래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이젠 대학의 밤을 밝히는 곳은 고시 (考試) 반이나 취직시험을 앞둔 졸업반 학생들의 도서실만이 아니다.

'한국의 빌 게이츠' '제2의 손정의 (孫正義)' 를 꿈꾸는 각 대학 벤처창업준비 서클 연구실도 도서관과 함께 캠퍼스의 밤을 밝히고 있다. 서울대.연세대.한국과학기술원 (KAIST).서강대등에 비교적 벤처 붐이 활발한 편이다.

지난해 11월 결성된 서울대 창업 동아리 '벤처' 의 인터넷연구팀 소속 김태엽 (金泰燁.원예학과 졸업) 씨와 송병준 (宋秉峻).이원익 (李源益.이상 전기공학부4) 씨등 3명은 인터넷을 이용해 시내전화 요금으로 국제전화를 걸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소프트웨어 '웹 투 폰' 을 지난 3월 개발, 특허출원했다.

이들은 다음달중 '웹콜' 이란 상호로 벤처기업을 창업, 인터넷폰 사업으로 백만장자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충남 대전 대덕연구단지내 KAIST 전자공학동 3225호. 국내 대학에 벤처열기를 몰고온 'KB클럽' 의 본거지다.

5평 정도 연구실겸 사무실에는 국내 대학 벤처동아리의 원조라는 명성에 걸맞게 686급 컴퓨터 4대와 프린터.팩스.각종 벤처관련 서적등이 갖춰져 있다.

연구팀에는 아이디어 발명및 발굴을 표방하는 '장' (匠) 을 비롯, 마이크로 로봇을 연구하는 '미스터' (Mr) , 모형항공기 제작 동아리인 '이카루스' 등 동아리들이 참여하고 있다.

미스터나 이카루스는 이미 국내외에서 많은 상을 휩쓰는등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같이 대학생들의 벤처기업 창업열풍이 뜨거워지면서 벤처에 뜻을 둔 전국 대학생 모임인 한국대학생 벤처창업연구회 (KVC) 도 활발히 활동중이다.

KVC는 지난 5월 서강대 블랙박스를 비롯, 서울대 벤처.연세대 벤처창업연구회등 전국 14개 대학의 벤처동아리들이 가입한 국내 대표적인 대학생 벤처그룹이다.

KVC는 돈이 없어 특허를 못내는 대학생들을 위해 전임 변호사및 변리사의 자문과 특허지원 프로그램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PC통신에 벤처전문가들의 조언과 투자자의 참여를 권유하는 인터넷 인큐베이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스탠퍼드대에 지부를 만들 계획이다.

벌써 20여명의 유학생및 교포학생들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대학의 벤처창업 열기에 대해 무한기술투자 이인규 (李仁圭) 사장은 " '공부하는 대학' 분위기를 조성하는데도 바람직하고 그들의 에너지가 즉각 산업의 자원으로 활용된다는 측면에서 권장할만 하다" 고 말했다.

이형교.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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