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해 기준 불명확 … 확립된 판례도 없어 수사에 혼선 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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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경찰과 검찰·법무부 모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서울 마포경찰서 유재학 사고조사팀장은 “서울경찰청 지침만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운전자들에게 홍보가 제대로 안 돼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당장 운전자에 대한 수사 기준이 달라져 당사자들의 항의를 걱정했다. 마포경찰서 뺑소니 전담반의 이천희 경사는 “피해자가 합의를 빌미로 약점을 잡는 사례가 늘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도봉경찰서 박종일 경비교통과장도 “아무리 작은 사고라도 전치 3~4주씩 나올 때가 많다. 웬만한 사고를 내도 범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교통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경찰관은 “위헌 여부를 떠나 현실적인 유예 기간을 두지 않은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혜화경찰서 교통조사계 장진욱 팀장은 "위헌 판결이 어디에 기준을 두고 한 건지 판시 내용을 정확히 봐야겠다”며 "우리에게 아직 지침이 내려온 건 없다. 조만간 검찰에서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구체적인 교통사고 수사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실무자 회의를 열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상해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법원의 판례가 정립돼야 제대로 된 기준이 만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형법상 불구·불치·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하거나, 신체 주요 부위에 손상이 생기면 중상해 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 법무부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차에 부딪쳐 복합골절을 당하면 그건 중상해인가 아닌가.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스더·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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