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만나는 삼국지 영웅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위·촉·오 세 나라 간의 치열한 경쟁 속 흥망성쇠를 다룬 삼국지에는 수많은 영웅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제갈공명과 관우의 인기가 특히 높다고 한다. 제갈공명은 지략의 상징으로, 관우는 용맹과 의리의 표상으로 숭상되곤 한다.

서울 주변에는 이 두 영웅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여럿 있다. 남산의 ‘와룡묘(臥龍廟)’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갈공명과 관우를 함께 모신 사당으로 ‘와룡’은 제갈공명의 호다.

남산 케이블카 인근의 산책로 초입에서 산책로를 따라 400m가량 걸어가다 보면 오른편 계곡에 자리 잡은 와룡묘를 볼 수 있다. 서울시 민족자료 5호로 지정돼 있다. 땅은 국유지고 건물은 개인 소유라고 한다. 초입에 세워진 철제 대문이 출입을 약간 주저하게 만들지만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30여 개 계단을 올라 낡은 한옥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편에 두 영웅을 모신 ‘와룡묘’가 있다. 이 자리에는 이런 얘기도 전한다. 태조 이성계가 고려의 장군 시절 제갈공명을 흠모해 사당 뒤편 바위에 제갈량의 모습을 조각하고는 100일 기도를 드려 조선을 개국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와룡묘는 철종 때인 1862년 세워졌다. 고종의 계비인 엄귀비가 세웠다는 설도 있다.

제갈공명과 관우를 모신 남산(옛 이름 목멱산) 와룡묘. 태조 이성계가 이곳 바위에 제갈공명의 모습을 새기고 백일 기도를 드린 뒤 조선을 개국했다는 설이 있다. [강갑생 기자]

사당 안 가운데에는 높이 2m가량의 제갈공명 석고상이 앉아 있다. 하얀 옷에 승상관을 쓰고 오른손에는 깃털 부채를 들고 있다. 오른편에는 황금색 옷을 입은 관우상이 놓여 있다. 그의 오른쪽 뒤편에는 ‘청룡언월도’가 보인다. 와룡묘 안에는 단군을 모신 단군성전과 산신령을 모신 삼성각도 함께 있다.

‘와룡묘’를 둘러본 뒤 남산 산책로를 따라 다가오는 봄 기운을 느끼며 걷는 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관우만을 모신 사당인 ‘동묘’(종로구 숭인동)도 있다. 목상에 황금 옷을 입은 관우가 모셔진 사당이다. 그러나 10월 말까지 동묘 보수공사 중이어서 내부를 볼 수는 없다. 대신 동묘 주변의 대형 헌 옷 시장과 골동품 가게들이 아쉬움을 약간이나마 달래줄 수 있다.

삼국지를 벽화로 보고 싶다면 인천전철역 맞은편 차이나타운을 찾을 수 있다. 150m 길이에 160장의 벽화가 적벽대전 등 삼국지 주요 장면들을 표현하고 있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