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완치돼도 안심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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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4세때 목 부위에 생긴 암인 호지킨씨 림프종 진단후 1년간 방사선과 항암제 치료로 완치 판정을 받았던 J양. 그러나 5년후 치료받은 부위에 기존의 암과는 전혀 다른 악성 섬유성조직구증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학의 발달로 불치의 병인 암도 정복되고 있지만 이처럼 기존의 암은 완치 됐으나 다른 종류의 암, 즉 2차성 암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2차성 암이란 기존의 암이 재발한 것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암이 또 생긴 것을 말한다.

외국 통계에 의하면 암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암치료후 20년 이상 생존한 환자의 2차암 발생 누적 위험율은 12%선이다.

지난 8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서울대병원 소아과에서 암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2천5백명. 이중 10% 이상이 현재 생존해 있으며 이들 가운데 10여명에게서 2차성 암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서울대의대 소아종양학 신희영 (申熙永) 교수는 "국내에서 2차성 암은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암치료법이 발달하면서 장기 생존자가 크게 늘고 있고 이에따라 2차암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번만 앓아도 끔찍한 암을 한사람이 두번씩 앓게 되는 주원인은 크게 세가지. 암세포 박멸을 위해 사용한 방사선.항암제등과 암이 잘 발생하는 유전적 소인이 그것. J양의 경우에도 림프종을 치료하기 위해 동원한 방사선이 2차성 암발생의 주범이었다.

J양은 항암치료를 3개월 정도 받다가 스스로 치료를 거부해 22세 되던 해 사망했다.

암은 정상 세포가 계속적인 자극을 받아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한다.

극도로 강한 방사선조사나 항암제는 기존의 암세포를 박멸함과 동시에 주변의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줘 새로운 종류의 암세포를 만들게 된다.

따라서 최근엔 2차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항암제나 과도한 방사선은 암치료 효과가 좋더라도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랜싯 최근호는 2차암 발생에 방사선과 항암제 이외에 유전적 소인의 작용여부를 조사한 프랑스 귀스따브 루시 연구소의 사빈코니박사팀의 연구결과를 싣고 있다.

사빈코니 연구팀은 지난 53년부터 85년까지 이 연구소에서 암치료를 받은 6백49명중 2차암이 발생한 25명과 발생하지 않은 대조군 96명을 대상으로 가족력과 2차암 발생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들은 모두 동일한 부위에 동일한 양의 방사선 조사를 받은 사람들. 결과는 2차암이 발생하지 않은 대조군 96명중 45세 이전의 조기암환자가 가족 중에 있는 경우는 8명에 불과했으나 2차암이 발생한 25명의 환자 중엔 10명에서 가족력이 나타나 2차암 발생율이 약 5배나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암치료에 이용된 방사선이나 항암제와 함께 유전인자도 2차암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는 것. 申교수는 "45세 이전에 암이 발생한 환자가 가족 중에 있다면 암에 걸릴 수 있는 유전적 소인이 있는 점을 감안, 암이 완치된 후에도 반드시 정기적인 검진을 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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