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유예협약 폐지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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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기아그룹을 마지막으로 지난 4월 도입한 부도유예협약을 폐지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에따라 금융기관 여신이 2천5백억원 이상인 부실 대기업에 두달간 부도를 유예해주면서 자구 (自救) 노력의 기회를 부여해온 부도유예협약이 진로.대농.기아그룹을 끝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재정경제원 고위관계자는 27일 "기아그룹처럼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은채 부도유예협약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금융기관들간에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며 "폐지 여부는 금융기관들이 결정할 일이나 현실적으로 문제점 보완이 어렵다면 정부로서도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은행연합회및 금융기관장들이 폐지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현재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고 있는 기아그룹까지만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도유예협약이 폐지될 경우 기아그룹은 두달간의 부도유예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9월29일 이후에는 자력으로 자금결제를 하든지, 부도를 낸뒤 법정관리 또는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다른 부실 대기업들도 앞으로 어음을 제대로 결제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회생 또는 부도처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의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 부도의 일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부도유예협약이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채 도리어 금융시장의 동요를 심화시키는등 부작용이 일고 있다" 고 밝혔다.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도 최근 금융기관장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부도유예협약에 적잖은 부작용이 있다는 점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현곤.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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