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민원 관행 깬 초특급 행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25일 오전 10시 울산시 울주군청 민원실 안쪽에 위치한 ‘바로바로 민원처리센터’. 건축과·도시과·산림과 등 10여개 부서이름이 적힌 테이블에 21명의 공무원들이 둘러앉아 서류뭉치들을 뒤적이며 의견교환에 여념이 없다.

건축과·산림과 등 울주군의 5개 부서 실무책임자들이 18일 상북면 덕현리 단독주택 부지에 대한 합동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16일 접수된 허가신청서다. 종전까지는 각 부서마다 별도로 현장조사를 벌여 민원처리기간 지연 요인이 됐다. [울주군 제공]


“어제 접수된 D사 공장건축설계변경허가 신청건에 대해 도시과부터 심의 의견을 내주세요.”

건축허가과 허상수 계장이 미리 준비해온 심의의견서를 내밀었다.

“설계도면 작업 때 실수로 부지면적(9865㎡)이 조금(610㎡) 줄었을 뿐이어서 개발행위(형질변경)허가 변경에는 아무 문제 없어요.”

도시과 담당 주사가 즉석에서 “이의 없음”이라고 적은 뒤 옆 자리의 지역경제과→산림과 담당주사들에게 넘어갔다.

불과 몇분만에 해당부서 3곳의 의견이 모두 취합된 심의의견서가 허주사의 손에 되돌아왔다.

허 주사는 곧바로 D사에 “허가 완료”라는 휴대폰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그로부터 3시간여만에 허가서가 D사로 발송됐다. 법정처리시한 7일인 인허가 절차가 단 하루만에 끝난 것이다.

D사의 김홍섭(50)상무는 “열흘쯤 걸릴 것으로 각오했는데 단 하루만에 처리해줘 어안이 벙벙하다”며 “공장가동을 하루 앞당기면 1억~1억5000만원어치의 선박엔진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데 울주군청이 최소 9억원어치를 더 생산할 기회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울주군이 지난달 5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바로바로 민원처리센터’가 각종 인허가 민원을 초특급으로 처리해주고 있다. 민원이 접수되자마자 접수부서가 모든 관련부서로 검토의뢰 문서를 전달하고, 이튿날 오전 10시 군청내 모든 부서 실무책임자들이 전달받은 문서에 대한 검토결과를 들고 실무종합심의회에서 만나 일괄처리해버리는 시스템이다.

바로바로 민원처리센터 박삼겸 센터장은 “민원 접수일 바로 다음날 실무종합심의회에서 검토결과를 내놓고 언제까지 어떤방법으로 처리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해야하기 때문에 일을 넘겨받은 즉시 처리하지 않고는 배겨낼 재간이 없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25일의 경우 전날 접수된 7건이 모두 실무종합심의회 안건으로 올랐다. 이 가운데 3건은 즉석 처리됐고, 3건은 27일과 다음달 2일까지로 처리시한이 확정됐다. 단독주택 건축허가 민원 1건만 별도의 농지전용 절차가 필요해 보완뒤 재심의키로 결론났다.

바로바로 민원처리센터가 생기기 전까지는 민원접수→해당부서로 심의요청 문서전달(3~15개 부서)→심의결과 통보의 과정을 거쳤고, 대다수 부서 담당자들을 처리시한 직전까지 미루거나 기간연장을 하는 바람에 법정처리시한을 넘기기가 예사였다. 심지어 처리 마감일에 출장 등 예기치 못했던 일이 생겨 처리기간이 장기화돼도 책임추궁을 한 사례조차 없었다.

건축허가과 최영두 담당은 “부서마다 사정에 따라 실시했던 현장조사를 민원센터의 조정으로 한꺼번에 시행하도록 시스템화된 것도 민원처리 기간을 단축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울주군은 1월 한달동안 주택건축·공장설립 등 바로바로 민원처리센터의 도움이 필요한 복합민원 138건이 접수돼 평균 8일만에 처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건축신고(5일), 개발행위(15일)·공장설립(20일) 등 접수된 민원의 평균 법정처리기간(14일)보다 6일(40%)나 단축된 것이다. 이 가운데 53건은 실무종합심의회에서 즉석 처리완료됐고, 50건은 합동현장조사, 35건은 추가협의를 거쳐 처리됐다.

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