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홍콩,통화강세로 경쟁력 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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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홍콩은 싱가포르등 동남아 경쟁국가들과는 달리 국제적인 환투기로부터 화폐가치를 성공적으로 방어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한 상대적 통화강세로 홍콩 경제의 경쟁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세계 최고수준인 홍콩의 물가가 동남아국가들의 통화가치 폭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들어 홍콩에 주재하던 외국기업들이 체류비용이 보다 싼 싱가포르.말레이시아등 인접 국가들로 본사를 이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홍콩의 사무실 임대료는 평방미터당 평균 미화 1천20달러로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싱가포르에 비해 45%가 비싸고 말레이시아의 5.5배에 이른다.

게다가 지난 한달새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주택임대료도 마찬가지다.

홍콩 주택가의 방 3개짜리 아파트의 경우 한달 임대료는 1만2천달러, 매매가격은 4백만달러에 이른다.

이 정도면 싱가포르를 제외한 동남아 다른 국가들은 아예 비교대상으로도 삼을 수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미 템플턴사의 홍콩 부사장 마크 모비우스는 "홍콩에서 직원을 고용할 때 가장 큰문제는 주거비를 보조해야한다는 것" 이라며 "엄청난 비용때문에 인력채용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고 말한다.

템플턴의 경우 최근 아시아지역 본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이 회사가 지역본부를 옮긴데는 싱가포르의 저렴한 법인세도 크게 작용했다.

사실 홍콩의 강점중 하나는 저렴한 법인세였지만 싱가포르가 최근 법인세를 홍콩 (16%) 보다 낮은 10%대로 낮추고 외국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통화강세로 인해 홍콩은 주력산업인 관광업에 있어서도 설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상가 임대료등 원가상승 부담때문에 홍콩의 상품가격은 급등하고 있으며 쇼핑객들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등 다른 나라들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홍콩 호텔업계는 지난 7월1일에 있었던 홍콩 주권반환 기념행사를 구경하기 위한 외국인 관광특수로 관광업종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릴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홍콩관광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나 줄었으며 호텔 투숙률도 지난해 6월의 87%보다 크게 낮아진 70%를 기록했다.

모건 스탠리 아시아 책임자인 피터 처초우스는 "홍콩달러의 강세로 동남아시아 경쟁국들은 홍콩에 비해 10~30%가량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콩 금융당국은 "홍콩달러의 상대적 강세로 인한 경쟁력 약화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기업에 대한 세금을 더욱 낮추는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며 "중장기적으로 홍콩경제의 경쟁력은 다시 회복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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