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장승길 북한대사의 정보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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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집트는 북한의 아프리카와 중동에 대한 군사외교의 거점으로 북한의 중동 미사일 커넥션을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곳이다.

북한의 중동 미사일 커넥션의 한가운데 있었던 장승길대사는 시리아나 이라크등으로부터 항상 탄도미사일의 위협을 받는 이스라엘이나, 북한의 미사일 억제에 초미의 관심을 가진 미국에는 정보의 보고 (寶庫) 라 할 수 있다.

지난 94년 12월 라빈 이스라엘 전총리도 북한의 대중동 미사일 수출 위협을 저지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북한이 중동에 스커드등 탄도미사일을 수출하지 않는 대신 이스라엘에 대해 10억달러 상당의 지원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의 중동 미사일 커넥션의 해법을 장대사로부터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이집트와 북한의 지나간 돈독한 군사관계에 있다.

양국은 지난 63년 8월 수교한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3차례나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의 박성철.이종옥 부주석등 고위인사들도 81년과 90년 각각 이집트를 방문하는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북한은 69년 5월 이집트와 체결한 군사협력협정을 근거로 73년 발발한 4차 중동전에 북한 조종사를 지원, 혈맹관계로 발전했으며 78년부터 91년까지 2억6천만달러 상당의 야포와 탄약등 무기를 수출했다.

북한은 지난 81년 이집트와 '미사일 개발협정' 을 맺고 이집트로부터 소련제 스커드 B를 도입, 85년 사정거리 3백40㎞의 스커드 B를 모방,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북한은 곧 연간 스커드 B 미사일 1백여기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87년에는 이란과 시리아등에 1백60여기를 수출해 10억달러 이상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89년 스커드 B의 탄두중량을 줄이고 사거리를 5백㎞로 늘린 스커드 C를 개발한뒤 본격적인 중동 수출에 나섰다.

지난 96년에는 이집트가 도리어 북한으로부터 스커드 C 미사일 부품의 도입을 추진했다.

북한은 이같은 미사일 기술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미사일을 이집트를 비롯, 이란.이라크.시리아등 중동국가에 확산시겼다.

이집트는 그러나 옛소련의 붕괴로 미국으로부터 연간 15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다 김일성 사후 북한 수뇌부와의 친분관계가 엷어져 북한과의 군사관계가 소원해졌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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