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제조업의 4배 서비스업에 답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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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남 김해시 장유면 신문리. 허허벌판이던 이곳에 지난해 12월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김해점이 문을 열었다. 연면적 4만6700㎡(1만4130평)에 영업시설만 2만6800㎡(8100평) 규모다. 국내외 브랜드 140여 개가 입점해 있다. 요즘 주말이면 9000여 대의 차가 몰려든다. 방문객 중 외지인 비율은 70%. 논밭이 대형 유통시설 겸 관광명소로 탈바꿈하면서 새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이곳에는 800여 명이 근무한다. 제조업종으로 면적이 비슷한 인근 양산시의 타이어 공장과 비교해 봤다. 이곳 직원은 200여 명. 아울렛 직원이 네 배 많다.

파급효과도 크다. 관광객 유입이 대표적이다. 20일 찾은 아울렛의 광장 한복판에는 고성군이 3월 말 여는 세계공룡엑스포를 홍보하려고 만든 커다란 공룡 모형이 설치돼 있었다. 김해시는 가야제국 유적지를 방문하는 시티투어를 다음 달부터 아울렛과 연계해 운영한다. 올해만 일본인 관광객 20만 명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경남도청은 예상한다. 2012년까지 89만1000여㎡(27만 평)에 달하는 장유면 일대 관광유통단지에는 워터파크·호텔·테마파크가 들어선다. 그럴 경우 1만3000여 명의 고용효과가 기대된다. <관계기사 5면>

서비스산업이 일자리 만들기의 핵심이다. 최근 제조업에선 고용창출력이 줄어드는 반면 서비스업에선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업에선 일자리 21만5000개가 늘었지만 제조업에선 오히려 4만 개 줄었다. 올 1월도 이런 추세가 계속됐다. 지난해 1월 대비 서비스업에선 1만3000개의 일자리가 늘고 제조업에선 12만7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경기 침체가 심각한 올해도 서비스업에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업체가 많다. 본지가 주요 업체 30여 곳을 취재한 결과 올해만 최소 5만여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롯데 유통계열사가 1만3600여 명을 고용한다.

롯데백화점 부산광복점과 롯데마트 광주수완·평택 등 10여 곳, 롯데슈퍼 30곳이 새로 문을 연다. 신세계는 국내와 중국에서 23개 매장이 문을 열면 1만5000명가량 뽑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대백화점은 9월 문을 여는 신촌점 영플라자를 포함해 1000여 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500개 직영·가맹점을 새로 열어 35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선진국에 비해 서비스업이 도소매·음식업 같은 부가가치가 낮은 부문에 집중돼 있어 일자리의 질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서비스업의 1인당 부가가치는 2003년 기준으로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지식기반 서비스업 비중도 한국이 28%인 데 비해 미국은 36%, 일본은 38%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연구개발 투자에서도 서비스업 비중은 98년 12%에서 2007년 7.2%로 줄었다. 정부 정책에서 소외됐던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외식업·미용실·PC방보다는 컨설팅이나 디자인 같은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수 있는 지식형 서비스산업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지영·김성탁·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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