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일의 영어 말하기 A to Z] 인물·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연습 꼭 해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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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면

우리 사회가 TV·영화·광고 등 시각 미디어에 점차 지배되어 가면서 구술로 전하는 묘사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인물과 상황을 사실적으로 혹은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일상생활에도 꼭 필요한 언어 능력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묘사 활동을 제대로 배울 기회는 많지 않으며 그 필요성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 학생들의 영어 말하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다음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묘사 능력을 파악하고 또 연습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학생들에게 수식어가 없는 한 문장(예: “The woman lived in the castle.”)을 제시한다. 그런 다음 주어진 문장을 형용사나 수식어(예: ‘mysterious’ ‘alone’ ‘abandoned’)를 사용해서 다른 느낌으로 말해 보도록 한다. 완전한 문장을 만드는 것보다는 즉흥적으로 기본 문장에 묘사 정보를 보태는 연습이다.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지 말고 즉각적으로 말하게 하자. 화려한 수식어, 틀리지 않는 문법을 자꾸 생각하지 말고 그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묘사어를 말해 보는 연습이다.

다음으로는 익숙한 사람·장소·사물을 묘사하는 활동을 해 보자. 학생들에게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람·장소·사물을 그것을 전혀 알고 있지 못하는 사람에게 설명하게 한다. 상황을 다양하게 설정해 아프리카 오지에서 온 사람, 혹은 지구 밖 외계인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하고 최대한 구체적인 정보로 말하게끔 격려하자. 쉬울 것 같아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학생은 “My sister is pretty.” “She looks like Cinderella.” 이렇게 몇 마디 말하곤 그저 씩 웃는다. 이 활동으로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묘사 능력의 최대치를 진단해 볼 수 있다.

다음은 직유법(similes)으로 말하는 상급 수준의 활동을 해 보자. 우선 기본 문장을 하나씩 제시해 준다. 학생은 그 말을 받아 직유법으로 하나의 문장을 완성해야 한다. 예를 들면 “He was so tall that…”이라는 말을 받아 “his face was sometimes covered by clouds.”라고 완성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오감을 이용한 묘사 활동을 해 보도록 한다. 몇 개의 주머니에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물체(예: 비누)를 넣는다. 학생들에게 그 물체의 냄새를 맡고, 만지고, 맛보고, 눈으로 보게 한 후 각 물체의 특성을 묘사하게 한다. 다양한 악기로 된 음악으로 청각적인 활동을 해 보는 것도 좋다. 재즈나 클래식 음악 등을 들려주고 어떤 느낌인지 표현하게 한다. 어린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활동이며 언어를 활용한 묘사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신동일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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