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잘하나 내성적 학생들 여름캠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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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캠프의 프로그램에 몰두하다 보니 처음 만난 학생들이 자연스레 친구가 돼 있었어요. " 서울 역삼중 2학년 이동원 (李東源.14) 군에게 며칠전 친구 3명이 생겼다.

李군은 그동안 공부하고 남는 시간은 주로 혼자서 컴퓨터 오락을 즐기느라 친구를 사귀지 못했었다.

삼성생명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李時炯) 와 KBS 제1라디오 '교육을 말합시다' 가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경기도이천군호법면매곡리 유네스코청년원에서 개최한 여름캠프 '더불어 사는 기쁨' . 학교 성적은 비교적 상위권이지만 내성적인데다 마음 속 얘기를 나눌 친구가 없는 중2 43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14명의 일일교사와 함께 생활하며 친구의 의미와 소중함, 그리고 이웃에 대한 봉사의 중요함을 익혔다.

유네스코청년원에 도착한 첫날 학생들은 '우째 좀 난처하네요' 라는 게임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

'팔 굽혀펴기 15번시키기' , '다른 사람의 등에 올라가 산토끼 부르기' 등 12가지 지시문이 적힌 쪽지를 받아 그대로 행동한뒤 확인을 받아오는 놀이였다.

내성적인 성격에다 공부에 시달려 온 학생들로서는 내키지 않았지만 쪽지를 받은 뒤 잠시 머뭇거리다 하나 둘씩 가까이 있는 낯선 친구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신지혜 (申智惠.14.서울 진선여중2) 양은 "먼저 부탁하기 어려워 주저했지만 나도 모르게 아무 학생에게나 쪽지의 명령대로 요구했다" 며 수줍어 했다.

申양이 받은 확인은 9개였다.

또 다른 게임 '빨리 빨리 풀어 오세요' 에서는 7~8명이 한 조를 이뤄 '살아있는 생물체 하나 채집해 오기' , '유네스코 청년원 수위 아저씨 이름 알아오기' 등 17개의 문제를 해결하는 놀이로 조원간 협동심과 자원봉사정신이 필요했다.

둘째날의 '나는 나, 너는 너' 코너는 다른 학생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장점을 알리는 자리로 자신의 장점과 같은 장점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 숫자에 따라 점수가 감점된다.

안성희 (安性希.14.경기도수원시 구운중2) 양은 '태어난 지 2년8개월만에 안경 쓴 사람' 과 '이집트 여행중에 이집트 사람으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아 본 사람' 이라고 자랑,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게임 진행을 맡은 전국재 (全國宰)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장은 "청소년들이 친구들을 '동반자' 보다는 '경쟁자' 로 생각해 항상 비교하거나 비교당하면서 살고 있다" 며 "캠프를 통해 다른친구와 차이점을 인정하는 가운데 자신도 사랑할 수 기회가 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캠프를 기획한 李소장은 "내성적이지만 공부를 잘해 자녀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거나 내성적인 그 자체를 걱정하는 부모, 두 부류의 학부모들은 모두 자녀들이 친구와 사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1박2일) 과 7월 (2박3일)에 이어 세번째로 캠프를 연 KBS 제1라디오 '교육을 말합시다' 는 내년에도 이 캠프를 열 예정이다.

문의 02 - 781 - 3223, 3218. 이천 =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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