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서울 축구전용구장 필요하다 - 찬성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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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시가 2002년 월드컵 개최용 전용구장 건설에 난색을 표했다.

이에 대해 월드컵조직위와 체육계는 개막식과 준결승 경기가 예정된 서울에 전용구장이 없다면 국제적인 수치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측은 재정형편상 수천억원의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며 잠실종합운동장등 기존 시설을 손질해 사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편집자

'제2의 국치일 (國恥日)' .4년전 미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서 일본의 미우라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한국팀이 참패한 뒤 한 일간지가 뽑아낸 기사제목이다.

여느 외국팀과의 경기에서 졌다면 그렇게 섬뜩한 제목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감정은 색다르다.

그 축구게임 하나가 온 국민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짓밟았던 것이다.

당시 TV시청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그 경기에서 한국팀이 패하자 대다수의 국민들은 숱한 질책과 비난의 소리로 한국 축구계를 몰아붙였다.

행정정책의 부재, 감독과 선수들의 자질부족, 시설의 열악함등 한국축구계에 산재한 모든 문제를 거론하며 당장이라도 한국축구의 수준을 세계정상에 올려놓을 듯했다.

하지만 그러한 열정은 탁상공론의 양상만 띤채 얼마 후 우리들의 망각 속으로 조용히 사라지고 말았다.

금방 달궈졌다가 금방 식고 마는 냄비같은 기질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한.일간의 월드컵 유치 경쟁시 국민들이 보여준 축구사랑과 월드컵 유치 열기는 지구촌을 놀라게 했다.

경제대국 일본보다 4년 늦게 월드컵 유치 경쟁에 뛰어든 한국이 한.일 공동 개최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적 냄비기질 (?

) 은 대단했다.

월드컵 유치를 못하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온 국력을 다해서 대회유치권을 획득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났다.

공동개최국인 일본은 이미 개최 도시 선정은 물론 각종 시설조성 진척도가 80%이상 진행된 상태지만 우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치적 논리와 경제적 논리를 앞세운 서울시의 전용구장 신축불가 입장이 전해지면서 낯 부끄러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만약 지금 같은 서울시 논리와 문화체육부의 어정쩡한 입장이었다면 1년전 일본과의 유치경쟁시 전용구장 건립의 어려움을 토로했어야 했다.

현재의 서울시 태도는 유치당시 가장 큰 힘이 됐던 국민들을 배반하는 것이다.

▶재정능력▶향후 이용도▶투자 우선순위▶수익자 개발 원칙등을 앞세워 난색을 표하는 서울시와 그동안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와의 원만한 조율을 하지 못한 월드컵조직위원회의 안일함, "경기장 건립은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사항" 이라는 문화체육부장관의 발언등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프다.

조그만 축구공 하나가 전국민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기쁨을 주기도 하고 분노와 슬픔을 느끼게도 하는 축구의 마력을 어떻게 경제적 논리로 풀려고 하는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다.

서울의 월드컵 전용구장 건설은 단순히 월드컵 개막식과 준결승 용도뿐만이 아니다.

열악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국민들에게 힘과 희망을 안겨줬던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꼭 건설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서울에서 꼭 경기를 치러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가장 인기있는 국제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하는 입장에서는 세계의 축구팬이나 취재진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국내도시중에서 숙박.교통.통신등의 제반여건을 고려할 때 서울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는가.

반드시 서울에서도 경기를 가져야 한다.

공동개최를 하는 일본과 비교가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 조직위원회, 정부, 축구협회등이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아야 한다.

신문선 [축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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